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

by 다중성격자

그동안 비그리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부정적인 일들과 감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서 오늘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놀랍게도 성격이 매우 ㅈㄹ맞은 비그리를 키우면서도 행복을 느낄 때가 많다.

단, +와 -를 합치면 0에 가깝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 아이가 없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강도의 +와 -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그리고 혹시나 비그리와 비슷한 아이를 키우고 있을 부모님에게 희망을 드리자면 그래도 4돌이 지나 미운짓을 많이 하던(지금 이러면 7살에 온다는 그 미친 시기에 아이는 어떻다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차반이었다 ㅠㅠ) 피크 시기를 지난 지금 지난 과거는 아스라히 잊혀질랑 말랑하면서 앞으로는 그래도 +와 -를 합치면 +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어디서 보니 자폐 아이가 감정을 못느낄거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더 민감하게 느낀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이 아이는 순도 100% F형인듯해 보이는 것이, 내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투나 표정 태도로 대하면(되로 주고) 그 불만을 폭발적으로 표현한다(말로 받는다). 반대로 기분 좋게 칭찬을 하거나 애정을 표현하면 정말 아낌없이 활짝 웃는데, 나이가 들어 주름질까 걱정하며 어설프게 웃는 그런 웃음 말고 더이상 활짝 웃을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웃는다. 그런 표정과 깔깔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좀전까지 땡깡을 부려서 괴물같이 보이던 아이가 천사같아 보인다.


어쩌면 자폐 아이를 키우면서 좌절과 우울감을 많이 느끼면서 기대치가 낮아진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감을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은 당연하게 하는 행동과 능력치도 이 아이가 하면 너무나 반갑고 희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아쉬워, 서운해, 당황스러워" 이런 표현을 들을때, '아 이 아이가 감정을 잘 느끼고 있구나' 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고, "엄마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면 '콩알만한게 반항하는거냐?' 하면서도 웃기기도 하고 '이 아이가 비언어적인 표현을 이해하는구나'하고 또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쓰고나니 비그리는 참 보통의 예민한 아이같아 보인다. 괴팍하지만 자기 세계가 강렬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한다. 그러나 이 아이의 자기중심성은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는데 무시 못할 장애물이 될거라는 것을 안다. 남편과 나는 비그리가 개차반으로 행동할 때 "쟤는 옛날에 태어나서 매맞고 엄하게 컸으면 정신을 차렸을 수도 있어... 해병대 체험을 보내고싶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지멋대로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어떻게 하면 자기 감정만 느끼지 말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말을 안하게 할 것인가?'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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