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반항

by 다중성격자

애를 키우기 전에는 반항은 사춘기가 되어서야 하는줄 알았다.

왠걸 반항은 인간의 본능인가 싶을정도로 어린 시기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비그리의 첫번째 반항은 기저귀를 떼는 과정에서 있었다.

그러니까 36개월 무렵

그 전에도 어렴풋하게 있었던 것 같지만 설마 반항이겠어 하고 넘어갔는데 이건 빼박 반항이었다.


사건은 뭐 언제나 그렇듯이 비그리의 이유없는 짜증 땡깡으로 시작한다.

추측컨데 기저귀를 떼고 초기에는 쉬를 좀 참는 경향이 있었고 쉬가 마려운데 참는 그 때 짜증을 폭발하곤 했었다. 어째됐건 이 땡깡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나와 남편은 비그리와 대치상태를 만들었고(아마도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쉬마려운걸 참느라 이 난리를 피우나 싶나 하는 생각이 스치자 얼른 화장실로 들쳐 매고 앉히려고 하는데 비그리가 저항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와서는 보란듯이 거실에서 쉬를 거하게 했다. 나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쉬를 하게 되면 이 아이가 움직이는 그 발자국 마다 청소를 해야하니 나와 남편은 얼른 뒷수습을 해야 하는 '을'이 된다.

이걸 아이가 본능적으로 알았을까?


이런 쉬테러는 몇 번 더 있었는데 이 짓거리를 더이상 못하게 한 것은 아마도 추측컨데 극약처방이었던 것 같다. 이 날도 비그리의 참을수 없는 뗑깡으로 나와 남편이 방으로 대피하고 문을 잠그고 있었다. 비그리는 문밖에서 야수가 되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쉬 소리가 났다. 열이 뻗힌 상태로 이대로 나가면 또 저것의 농간에 넘어간다 생각하여 '찝찝한 그 느낌 한번 견뎌보아라'하고 버티고 안나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열을 식히고 나가보니 비그리는 울며 짜증내며 옷을 벗어 화장실에 놓아두고 키친타올을 한다발 뽑아서 바닦을 닦고있었다. 이걸 훈육의 성공이라고 좋아해야할지 이 어린것을 이지경이 되도록 놓아두는게 애미가 할 짓인지 모르겠는 혼란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어쨋든 반항의 목적으로 쉬테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반항을 수시로 한다. 말로...

되도 않는 문법으로 '난 엄마/아빠의 지시를 따르기 싫다' '기분이 나쁘다'는 메세지를 쏘아댄다

내가 훈육한다고 쓰는 표현을 그대로 갔다가 쓰는데 어쳐구니가 없다.

내가 혼내면 '나쁘게 얘기하지 말아'라고 하는데, 그럼 나는 5살짜리 애랑 싸운다 "니가 먼저 시작했쟎아!"

그러고 나면 '내가 저 핏덩어리랑 뭘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 이 싸움의 승자는 비그리가 되는거 같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오랑우탄 서열정리의 현장이 자주 연출되고 있는데,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있나 싶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날이 오고, 그럼 그 정글의 질서에서 낮은 서열에 위치한 부모를 관찰한 비그리는 집에 돌아와서 또 만행을 저지른다... 이것이 언제 커서 민주적인 대화를 할 수 있으려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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