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이가 우울증이 심합니다.
그
오래전에 수련원에서 명상을 하다 제3의 눈이 열렸습니다.
질문
흥미롭네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우린 잘 모르면서 다양한 가능성과 몸이 깨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를 뿐이라 그냥 무의식적으로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지요. 당신은 어떻게 가능했으며 그 후 삶은 어떠신지.
그
00수련원에서 스승과 명상을 하다 제3의 눈이 열린 것을 알았습니다. 삶은 크게 변한 것은 없었고 그 후로 머리속에서 계속 소리가 나서 힘들었지만 괴로운 과거 마음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았습니다. 특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상을 그냥 살았습니다.
질문
당신은 작년에 공황으로 고생했지만 극복한 것을 잘 알고 있고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들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인지치료와 호흡법 등을 잘 활용해 단시간에 잘 극복하신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신은 IT 쪽에서 프로그래밍 일도 잘하시고 아주 수용적이고 지성이 살아 있어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때 무척 감동 받았었지요. 헌데 왜 다시 저를 찾으시는지요. 직장에 복귀하셔서 잘 지내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
맞습니다. 저 자신은 큰 문제는 극복되어 그럭저럭 지내는데 저의 딸이 몹시 힘들어 하고 있어서.
질문
따님이 어떠신지요.
그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중학생 딸과 아들, 그리고 고3인 큰 딸이 있습니다. 큰 딸이 갈수록 우울해 하고 아빠를 힘들어 합니다. 곧 수능인데 시험을 볼 생각도 하는지 알 수 없고 물어도 말이 없습니다. 우울증약을 먹은 지 2년 동안 심리상담도 받고 있는데 갈수록 무기력감에 빠져 정말 답답합니다.
질문
미안하지만 당신의 요즘 삶의 모습이 어떠하신지요. 그때 당신 모습은 감정 표현을 거의 안하시고 약간은 냉소적인 느낌이 많아서 마음 공부를 어떻게 해오셨는지 궁금하기도 했었지만 묻지 않았었습니다.
그
전에 말씀 드린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저의 부모님은 늘 싸우셨습니다. 아버지가 의처증이 심해서 매일 다투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무력감과 불안과 분노로 20대는 정말 살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독학으로 영어와 컴퓨터를 공부해 지금의 제 위치에 오기까지 노력을 했지요. 지금은 나름 경제적으로 세 아이를 돌볼 만큼은 됩니다. 마음공부는 00 선원에 다니면서 빼기 명상을 했는데 그때 과거의 나의 아픔과 거리를 둘 수 있어 다행히 조금 편안해져 결혼도 했습니다. 부인은 함께 00 선원에 다니는 도반입니다.
질문
지금 부모님은 어떠시며 소통을 어느 정도 하고 계신지요?
그
지금도 어쩔 수 없어서 명절 때만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다녀옵니다. 연락 잘 안하고 형제들도 각자 도생입니다.
질문
당신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부모님에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고 그들의 위로나 동의를 받는다면 치유가 빠릅니다. 살아계실 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보는 것은 어떤신지요? 돌아가신 다음에 우리 인간은 선한 마음이 있기에 약간의 미안함 혹은 용서하지 못한 죄책감 등으로 삶이 좀 어두워지기도 하지요. 한 마디로 살아 계실 때 당신의 가슴에 돌덩어리를 거두어 내기 위해 화를 내든 용서를 받든 그들이 그 문제를 자각하도록 이야기 해볼 생각은 없나요? 그들이 죽으면 혼자 후회의 짐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못 받아들이시더라도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도 용서 받을 기회를 갖는 것이라 화를 낸다해도 차차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
아주 오래 전에 조금 이야기를 꺼내보았었어요. 다른 형제들은 일찍 가출하거나 독립을 했는데, 저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 어린 마음에 엄마를 지켜야 한다 생각하다 보니 독립을 하기 힘들었는데, 엄마조차도 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때 이야기를 꺼내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소리니?'고 하는데 질려버렸습니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하나 더 얹혀지는 고통이었습니다. 그 후로 마음을 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질문
알겠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에서 그래도 벗어나신 것 같기에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합시다. 그러나, 아직 젊으시니까 그리고 자녀를 기르시는 당신의 마음 속에 따뜻한 믿음과 지지, 사랑스러움 같은 것이 적은 이유는 과거 부모님의 양육 태도에서 부정적인 결과물이라......
당신의 마음이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되면 부모님과 마음을 열 기회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기다려 보아요. 용서하는 마음이 자라나면 가능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당신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가 된 듯 보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지요. 제 3의 눈은 언제 어떻게 열렸으며 느낌은 어떠셨는지요?
그
00선원이 막 생긴 초창기라 스승이 직접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그분을 만날 수 없지만 수행방법은 유튜브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스승 옆에서 명상을 하다 그분의 에너지로 문득 제3의 눈이 열린 것을 알았습니다. 느낌은 마음은 좀 편안해지고 제가 단단해지는 느낌이었지요. 헌데 그 후로 10여년 이상 머리에서 소리가 나서 힘들긴 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신기하게도 꿈을 통해 궁금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을 뿐 아니라 마음에 크게 끄달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질문
아주 흥미롭네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아서. 당신은 연구대상입니다. 하 하 하
그
저의 큰딸이 저를 가장 많이 닮아서 예민하고 독특한 줄은 알았지만 무기력이 갈수록 심해지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질문
딸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딸을 낳은 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이해해 봐야 할 것입니다. 부모가 씨를 뿌리지 않고 자녀가 그렇게 어려움을 겪을 수가 없지요.
그
저는 잘 하려 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닫고 사니, 수능을 안보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제가 영어수학을 집에서 매일 가르치기도 했고 지금은 수학과외를 하고 있는데 성적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허구 헌 날 잠 만 자고 대답도 안 하고 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표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물어보아도 철벽을 치고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다 고개를 숙이거나 문을 닫아버립니다. 휴...
질문
마음공부를 당신이 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당신은 제3의 눈이 활성화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마음 자체를 공부하거나, 그러니까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으로 돌아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경험으로 지금까지 당신은 어떻게든 잘 버텨오셨으나 자녀들에게 부정적 마음을 심어주어 그 까르마를 지금 받고 계시는군요. 이 반복되는 마음을 바꾸면 자녀들은 어른들보다 빠르게 변할 뿐 아니라 부모가 변하면 좀 더 건강한 행복감이 가정에 찾아옵니다. 당신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무엇을 합니까?
그
사실, 제 부인은 아이 셋 교육비를 도울 생각으로 아침 일찍 출근합니다. 그녀는 무던한 편이라 집에 돌아오면 설거지도 안 되어 있고 고양이 세 마리를 돌보는 일도 제가 해야만 합니다.
질문
아마도 당신은 짜증을 내거나 매섭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
녜 좀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저 혼자 집안일을 해야 하면 짜증이 나지요.
질문
당신은 제3의 눈이 활성화된 후에 아마 자신감을 회복해 카리스마?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강하고 에너지가 타인 보다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이 모여 식사할 때 대화도 하고 웃기도 합니까?
그
저는 거의 혼자 제 방에서 먹습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식사하다가 애들이 잡담하는게 소란스러워 화를 낸 적이 있었어요. 그 후에 부인이 눈치껏 제 방에 음식을 갖다 줍니다. 저도 그게 좋습니다.
질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안부를 묻거나 자유롭게 수다를 떨며 웃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게임을 혼자 하다가 잠을 청하는 편입니다.
질문
그럼 부인은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된다고 보이시는지.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엄마가 동감해주고 다독이며 위로해 주시는지?
그
그녀는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음공부를 저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고 왼만한 일들에는 동요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편입니다. 소통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
그럼 당신은 아내에게 어떤 마음입니까?
그
음, 미안하지요. 그래서 별로 따지지 않긴 하는데 집안이 엉망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젊을 때는 심한 말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예민하고 공황이 심할 때는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퍼부었다는 것을 요즘 와서야 기억이 나네요. 그때 직장에서도 힘들어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화를 좀 낸 것 같습니다.
질문
제 생각에 부인은 힘든 감정들을 다 드러내면 가정이 깨질 것을 알고 조절하고 있었을 거예요. 인내와 자비심을 키워야 했겠지요. 부인의 낙천적인 기질이 가정을 유지하는 힘이었군요. 당신은 아내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섭섭한 적도 있으시겠지만 지금은 그래도 대화도 되고 함께 하는 느낌이 있지요?
그
하지만 아이들에 대해 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맏딸이 저 지경인데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4일 동안이나 결석했다는 것을 그녀도 저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녀가 아이들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모를 수는 있는데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 예민한 완벽주의인 저로써는 그녀가 무던해서 문제를 문제로 보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부인이 아침 일찍 출근하니까 모를 수도 있지요. 얼마나 피곤하시겠어요. 그녀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명상을 오래 하셨다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도 합니다. 맏딸의 고통의 원인과 현재 마음을 서로 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아이와 엄마를 다중지능 검사 라는 선천적 심리검사를 해보고 이야기해요.
거기 계신 선생님이 검사 결과를 보고 설명해 주시는데 그 내용을 아빠와 저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딸과 부인이 다중지능 검사를 받은 내용을 녹음 파일로 보내주었다. 부인이 이 검사에 집중도가 깊지 않아 보여서 부인은 문제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싸움을 싫어하며 수리적 논리적 사고 유형으로 여성이지만 감성적이기 보다는 사고형이며 완벽주의적 경향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은 한번 깊게 들어온 부정적 인식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담아두게 되지만 솔직하면 극단적으로 감정싸움이 될 것이 두려워 참거나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유형이다. 성향으로 보아 유약한 편은 아니고 자연 감성도 뛰어나고 고집도 강하여 결정한 것은 열심히 할 수 있는 성향이기도 하다. 많은 부분이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분석해주는 이 경험으로 자신을 객관화해 볼 수 있어 ‘나는 왜 이 모양이야“ 하는 생각에서 ’그래서 그렇구나’하는 인식을 통해 자신을 좀 너그럽게 보게 된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