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높은곳에서
이른 새벽, 트렁크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달렸다.
잠든 도시는 고요했고, 아침 공기는 맑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의 가로등마저 졸고 있는 듯 뿌옇다.
이미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
이곳에서 밤을 샌 걸까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친구 부부는 상황이 애매해
공항에서 밤을 보냈다고 했다.
비행기는 어느새 하늘을 난다.
매번 신기하다. 이 많은 사람과 물건을 싣고 하늘을 난다는 것이.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화장실까지 해결하며 먼 나라로 향한다는 사실이.
상하이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열한 시간을 날아 영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자다 깨다 하며 창밖을 내다본다. 얼마나 높은지 가늠도 안 된다. 그저 구름 위에 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은 언제나 낯설다.
두께와 모양이 때로는 빙하 같고, 때로는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마치 심심한 천사들이 이 위에서 뛰놀 것만 같다.
저 아래에서는 종일 흐린 날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구름 위에는 이렇게 맑은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삶도 종종 날씨에 비유한다.
먹구름 가득한 날 같아도, 그 위에는 분명 햇살이 있다고.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나는 이 풍경을 통해 배웠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이 하늘의 전부는 아니다. 구름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그분이 계신 하늘나라 또한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리라.
긴 비행 중에는 노을이 지고, 다시 해가 뜨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 의자를 돌려 앉으며 노을을 바라보았다던 그 아이.
마흔세 번이나 노을을 보았다는 그 장면이 문득 나를 센치하게 만든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한없이 넓고,
저 아래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아주 작아 보일 것이다.
그 극명한 차이가 이상하게도 나를 편안하게 한다.
우리가 끌어안고 있던 염려와 근심들이 얼마나 사소한지,
이 풍경은 말없이 알려준다.
산과 강, 옹기종기 모인 마을들,
그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으니까.
이제 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을 향해 간단다.
머릿속에 희미한 지도가 그려진다.
비행기 안은 답답하지만, 몇 시간만 더 가면 그리운 딸을 만난다.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먼저 도착한다.
비행기야, 조금만 더 서둘러다오.
딸이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