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길위에 서다.

때론 높은곳에서

by 노크

이른 새벽, 트렁크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달렸다.

잠든 도시는 고요했고, 아침 공기는 맑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의 가로등마저 졸고 있는 듯 뿌옇다.

이미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

이곳에서 밤을 샌 걸까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친구 부부는 상황이 애매해

공항에서 밤을 보냈다고 했다.


비행기는 어느새 하늘을 난다.

매번 신기하다. 이 많은 사람과 물건을 싣고 하늘을 난다는 것이.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화장실까지 해결하며 먼 나라로 향한다는 사실이.

상하이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열한 시간을 날아 영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자다 깨다 하며 창밖을 내다본다. 얼마나 높은지 가늠도 안 된다. 그저 구름 위에 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은 언제나 낯설다.

두께와 모양이 때로는 빙하 같고, 때로는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마치 심심한 천사들이 이 위에서 뛰놀 것만 같다.

KakaoTalk_20260104_141541084_01.jpg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

저 아래에서는 종일 흐린 날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구름 위에는 이렇게 맑은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삶도 종종 날씨에 비유한다.

먹구름 가득한 날 같아도, 그 위에는 분명 햇살이 있다고.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나는 이 풍경을 통해 배웠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이 하늘의 전부는 아니다. 구름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그분이 계신 하늘나라 또한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리라.


긴 비행 중에는 노을이 지고, 다시 해가 뜨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 의자를 돌려 앉으며 노을을 바라보았다던 그 아이.

마흔세 번이나 노을을 보았다는 그 장면이 문득 나를 센치하게 만든다.

KakaoTalk_20260104_143043405.jpg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한없이 넓고,

저 아래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아주 작아 보일 것이다.

그 극명한 차이가 이상하게도 나를 편안하게 한다.

우리가 끌어안고 있던 염려와 근심들이 얼마나 사소한지,

이 풍경은 말없이 알려준다.

산과 강, 옹기종기 모인 마을들,

그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으니까.


이제 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을 향해 간단다.

머릿속에 희미한 지도가 그려진다.

비행기 안은 답답하지만, 몇 시간만 더 가면 그리운 딸을 만난다.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먼저 도착한다.

비행기야, 조금만 더 서둘러다오.

딸이 많이 보고 싶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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