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바람난 그녀들

줌바댄스 입문

by 노크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 바빠 빨리 말해 ”

“왜 어디가? 이렇게 일찍?”

“어 나 춤바람 났거든”


그렇다. 나는 지금 춤바람이 났다.

퇴직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 중에는 춤을 배우는 일도 있다.

몸이 워낙 뻣뻣해 춤은 고사하고

율동조차도 잘 못하는 나는 늘 춤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운동회를 위해 연습했던

포크 댄스가 하고 싶었다. 그때의 추억도 생각나고,

나이 먹은 사람이 하기에는 쉬울듯했다.

그러다 주민센터 강좌에 줌바댄스가 있는 걸 확인하고

‘어 줌바 댄스? 그것도 재미있는데 한번 해볼까?’ 싶었다.

몇 해 전 헬스장에서 줌바댄스를 해본 적이 있다.

그때도 춤을 췄다기보단 따라다니느라 바빴는데.

그래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일이 즐거울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줌바(Zumba)는 라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유산소 운동이다.

체조보다는 춤에 가깝고, 틀려도 계속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렇듯 여러 강좌 중에서 줌바댄스는 선호하는 강좌라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입단하게 되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찾아간 그곳엔 30여 명의 젊은 회원들이

오래된 경력자로서의 포스가 느껴졌다.

학교나 유치원에 아이들을 서둘러 보내고 이렇게라도 운동하겠다고 정신없이 달려오는

젊은 엄마들을 보며 박수를 보낸다.

댄스 중엔 기합을 넣기도 하고 흥을 돋우려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언제 소리를 내야 할지 몰라 조용하다가

나도 한 번 따라서 소리를 질러 보니 그것 역시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린다.

위로가 되는 건지 용기가 생기는 건지 몰라도 강사 선생님은 내 나이 또래다.

그분의 열정과 춤 솜씨에 존경을 담아 매번 감탄한다.

단 1분도 쉬지 않고 한 시간을 음악에 맞춰 이리 뛰고 저리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밖은 한겨울인데도 말이다.


모두들 오른쪽을 향하고 있을 때 나는 왼쪽을 향하고 있다.

눈치껏 따라 해보려고 하면 이미 다는 동작을 하고 있다.

누가 보면 춤을 추는 건지 따라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다

'그러면 어떠랴 내가 신나고 좋으면 되지'


어쩌다 옛날 팝송이 나오면 그땐 나만의 독무대다.

누가보든 말든 난 무아지경이다. 음악에 나를 맡긴다.

처음 며칠은 종일 눈앞에서 춤추는 동작이 어른어른거렸다.

대학 때 클럽 좀 다녔다면 지금쯤 춤을 잘 췄을까? 단연코 아니다.

몸이 리듬을 타는 건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


12월 23일. 올해 마지막수업이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라 각자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분장을 하고 와

동영상을 찍자고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갔는데 회원 중 하나가 루돌프 머리띠를 내민다. 고맙다.

다른 젊은 회원들은 산타 복을 입기도 하고,

겨울왕국에 나온 울라프처럼 진짜 당근을 코에 매달고 왔다.

난 그들의 열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신난다.

순간 저들처럼 젊어지는 것 같았다.

건강한 몸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한 시간 땀을 흘리고, 며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줌바 댄스는 그렇게 나를 다시 젊음의 세계로 데려갔다.

방향이 틀리고, 박자를 놓쳐도 상관없다.

내가 웃고, 내가 신나면 그만이다.

이 정도면 춤바람이 날 만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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