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지도
한 달여의 유럽 생활이 끝났다.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유럽 한 달 살기’.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 시간을 살아냈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 속을 유유히 떠돌며
고흐와 르누아르의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고,
세느강 변을 천천히 걸었다.
여행객이 아니라 잠시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공원 잔디에 누워 햇살을 받았고
쇼윈도 앞에서 종종걸음 대신 느린 걸음을 택했다.
거리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파리지앵이 된 듯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이국의 햇살은 오래도록 마음을 데워주었다.
“한 달 살기는 여행이 아니라 인생 후반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가야 할 길로 가야 한다.
넷이 왔다가 혼자 가는 길.
잘 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지만 또 하나의 경험이라 생각했다.
딸과 나는 헤어지는 아쉬움에 며칠을 울었다.
“엄마, 나 영국 보낼 때마다 이런 마음이었어?”
23살 처음 딸을 영국에 보낼 때도
이후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 때마다 늘 아쉬웠다.
그게 가족이다.
그는 나를 보내고, 나는 떠났다.
눈물을 꾹꾹 접어 삼키며
환승 시간을 포함해 18시간을 날아
내 나라, 내 땅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왔다는 이 안정감.
여행도 좋지만 결국 내가 발붙이고 살아갈 곳은 여기였다.
혼자 모든 절차를 통과하고 무사히 돌아온 내가 기특했다.
마중 나온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해 왔다.
쌀밥과 김치, 과일과 떡.
그리운 한국의 맛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서울의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돌아올 집이 있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딸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안도의 마음과 아쉬움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다.
딸 덕분에 가능했던 한 달 살기.
통화를 마치며 딸이 말한다.
“엄마, 다음엔 북유럽 가자.”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 여한이 없다. 더 여행하지 못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그래, 건강 잘 지키며 준비할게.”
내일 아침, 도서관에 가서
노르웨이 여행 책을 빌려야겠다.
끝난 줄 알았던 여행이
또 다른 지도를 펼치게 한다.
부족한 사람의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행복했던 여행의
추억들을 글로 저장해두고싶어 두서 없는 글을 썼습니다. 이제 일상에 소소한 여행을 즐기다가 또 쓰는 즐거움을 누리러 오겠습니다.봄이 시작되는 3월 모두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