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자본주의

주식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5/6

Globe Trotting Series no.57 New York/West Village

2025/8/12

한국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재벌과 관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언합니다. 단지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 국방, 문화와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재벌이 빠진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쟁으로 만신창이 되었던 나라,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했던 그런 나라가 한 세대가 채 지나기도 전에 선진 산업국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세계 경제의 공급사슬의 중심에 서고 온갖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합니다. 이제는 문화와 스포츠에서도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민족성이나 학구열을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심정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재고 따질 것 없이 한국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에 재벌이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이후 재벌기업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것은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 나라 경제의 성공은 좋은 아이디어와 자본이 만나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좋은 아이디어 가진 기업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서는 남다른 비전을 가진 창업자에게로 자본이 흘러가고 축적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재벌입니다. 그것이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나라마다 아이디어와 자본이 만나는 시스템이 다르고 자본주의의 형태도 다릅니다. 자본이 좋은 아이디어와 만날 때 그 경제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남다른 성공은 재벌이 그 중심에 있는 한국형 자본주의의 성공입니다. K-자본주의의 성공입니다.

재벌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내 경영권 승계입니다. 재벌에 있어서 가족 내 경영권 승계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재벌은 왕조를 이룹니다. 재벌의 1세대 창업주들이 거의 돌아가시거나 은퇴하시고 이제 2세대, 3세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승계 과정에서 어떤 재벌은 몰락하고 어떤 재벌은 성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느냐는 재벌 기업들이 계속 성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2세대, 3세대 재벌 승계자들이 더욱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발전시키고 높아진 국민소득에서 나오는 부가 경쟁력 있는 생산으로 이어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한국 최고의 재벌 삼성 그룹의 창업에서부터 오늘에 이어지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삼성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객관적 시각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저자는 외국인의 눈으로 오랫동안 삼성을 취재해 왔으며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삼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