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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열시 Jan 17. 2022

당당하게 열정페이 하러 왔습니다.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는

요즘 열정페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지식한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의 친구들은 무임금으로 일을 할 수 있냐 물으면 백이면 백 "노동청에서 봬요"라는 말로 답을 줄 것이다.




2011년은 내가 처음으로 커피 머신을 잡았던 해다. 그리고 막 군에서 제대를 했던 해이기도 하다. 나는 대구에 살고 있는데, 막연하게 독립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올라왔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탄방역 근처. 모르는 지역이기 때문에 시청 근처로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는 원룸 단지가 있었고, 가장 큰 건물은 롯데백화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집 앞 길 건너편에는 ’카페나비‘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작은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카페나비는 작은 소형 카페에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작은 카페다. 믹스커피만 알던 내가 원두커피라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곳이 바로 이 카페다. 처음에는 그저 ’이쁘게 생긴 카페다‘라는 감상만 했을 뿐 다른 관심은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집 밖을 나왔 때도 무심하게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자주 보면 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는 일도 없었고, 주변에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주로 하는 것은 걷거나 창밖을 보는 것이 일 수였다. 제대를 했으니 2-3개월은 쉬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나비를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보게 된 것은, 한 보름 정도 지났을 때다. 창가에 기대서 한참 구경했다.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 손님들이 '하하 호호' 웃고 있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니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공간을 만들어준 사장님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pc방으로 향했다. (옷과 식기 등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컴퓨터는 없었다.) pc방에서 카페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카페에는 어떤 커피가 있는지, 원두는 무엇인지 등등.


카페에 관해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큰 충격은 가격이었다. 그 당시에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3,000원인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대학가에 가면 150원이면 커피 한 잔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어이도 없고, 웃기기도 했다. 신선한 충격이 지나가고, 새롭게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커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것은 이쁘게 그려져 있는 라테아트였다. 이미지를 따로 검색해 여러 가지 문양들을 봤는데, 그제서야 커피의 부가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이 정도는 해야지 그 돈을 받고 판매를 하는 거지!'


좋다! 마음속으로 끄덕 거리고는 pc방에서 나와 곧장 카페로 걸어갔다.


띠링

"어서 오세요"

"저.. 카페라떼라는게 있나요?"

"네 있습니다.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음.. 네"

"시럽은 넣어드릴까요?"

"네? 아 네.."


시럽이라는 당황스러운 소재가 등장했지만, 모르면 일단 '네' 이기에 그렇게 넘어갔다. 먹고 가느냐, 얼마고, 현금영수증이 어쩌고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내 딴에는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맛있는 커피 내가 앉은 테이블 앞으로 왔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가져다준 카페라테는 이쁜 나비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신기한 나머지 먹지도 않고 쳐다만 봤는데, 그 모습이 의아했는지 사장님이 가까이로 오셨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딱 그 타이밍에는 어찌 된 것인지, 주절주절 말을 떠들어 댔었다. 이뻐서 그렇다. 사실 나는 대구에서 왔는데, 카페는 처음 와봤고, 어떤 곳인가 해서 와본 것이다. 등등 사장님이 내 말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미소를 띠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 맛을 본 카페라테는 고소한 맛에 묵직한 바디감, 그리고 캐러멜과 같은 향기가 올라왔었다. 시럽이 첨가되었기 때문에 달달한 맛 또한 커피의 맛과 참 잘 어울렸었다. 처음 맛을 본 커피임에도 딱 입맛에 맞는 것이 커피를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중에 에스프레소를 처음 맛을 봤을 때는 그 충격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카페라테의 맛과 향,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나비. 그것만으로도 커피를 사 먹는 사람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나온 후 집에서 한참 동안이나 그 맛과 표현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씩 흥분으로 가슴이 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곧장 다음날 오전에 다시 카페로 향했다.


"사장님 저 여기서 일을 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는데, 아무래도 급여를 주면서까지 운영할 여력은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커피를 처음 접했다는 것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장님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하루 동안 이렇게 흥분이 되는 일은 처음입니다! 임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때의 나의 무데뽀 같았던 말의 대답은 '안된다'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면, '커피를 알려 줄 테니 놀러 오라'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카페 나비에서 커피를 배우는 대가로 일을 도와드렸다.




한날 이렇게 열정이 뜨겁게 쏟아 오를 때가 있다. 그 열정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식어가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빠르다. 또한 빈도 또한 매우 낮아지고 있다. 그것은 지금 현재의 삶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것이거나, 앞으로의 위험성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다.


열정페이, 정말 손해가 맞을까? 나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으며,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생각을 해보자. 나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일들을 내 몸을 던져서 배울 것이다. 그 사람들의 노하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 시간이 어째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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