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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31. 2022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을 응시할 수 있는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들어가는 글~교사의 마음 발제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 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우울하고 나지막이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한 듯 두려운 시골길을 지나고 있었다. 우울한 어셔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 같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압도했다. 나는 그곳의 음산한 벽과 단순한 풍경들을 보았다. 나의 우울한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의 허여멀건한 줄기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책 <어셔가의 몰락> 중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영화 <디태치먼트>를 떠올렸다. 디태치먼트(detachment)는 분리, 무심함 등을 뜻하는데, 주인공 교사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표면적이지는 않지만 내면 깊숙히 대하는 태도의 본질을 보여주는 단어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은 결국 불행한 과거를 회피하고 자신의 취약한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선을 긋고 마는데, 인상 깊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폐허가 된 교실에서 주인공이 <어셔가의 몰락>의 구절을 읇으며, 자기 자신의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을 응시하는 장면이다.


<매그놀리아>, <아메리칸 뷰티>, <디태치먼트> 등,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비롯된 주인공의 분열,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의지하는 정신과 의사와 프로작, 마침내 트라우마와 직면하는 서사를 다루며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국 영화를 좋아한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 역시 미국의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책에서 언급되는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이러한 미국 사회의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을 만나는 나의 원칙과 기준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환대’이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와 장소를 갖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김현경)”는 자기언어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믿는다. 만나는 즉시 ‘있는 힘껏’ 존중과 환대를 표할 것. 그 시작이 한 사람의 삶에 나라는 사람으로부터라도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환대한다. 


요약) 들어가는 글내면으로부터의 가르침


“교사의 자아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책의 핵심 주제이며 훌륭한 교사는 내면적인 탐구의 길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 이는 교사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로, 가르치는 행위는 자신의 영혼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가르침은 자신의 영혼에 거울을 들이대는 행위이며, 자기지식(self-knowledge)은 훌륭한 가르침의 필수사항이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모른다면, 나는 내 학생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학생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36p)”


교육개혁이라는 국가적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지원책보다 ‘교사의 마음’이며, 바로 이 책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영역인 ‘가르치는 자아의 내면풍경’이다. “교육은 학생들의 내면적인 여행을 인도하여 이 세상을 진지하게 보는 방식과 이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안내자들(교사들)에게 내면의 지형을 살피라고 권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학교가 그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41p)”     


1.교사의 마음교사의 자아정체성과 성실성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오는데, 이것이 없으면 배우려는 ‘대상’에 대한 의식도 없게 된다. “내가 진행한 모든 수업에서, 학생들과 연결되는 능력, 나아가 학과와 연결되는 나의 능력은, 내가 사용하는 교육방법보다는 자아의식의 발휘 정도에 크게 의존했다. 수업을 하면서 얼마나 나의 자아의식을 발휘했느냐 혹은 위축시켰느냐에 따라 수업의 질이 결정되었다.(48p)” 훌륭한 교사는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으며, 이는 테크닉이 아니라 정체성에서 나온다. 나는 정체성을 하나의 연결 축으로 본다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힘이 자아라는 신비를 통해 수렴되는 연결축인 것이다나의 유전 정보나에게 생명을 준 부모의 본성내가 성장한 문화나를 보호해 준 사람과 해를 입힌 사람내가 나 자신과 남들에게 한 좋은 일과 나쁜 일사랑과 고통의 경험이런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축이다.(52p)”


또한 성실성은 자신의 자아의식에 필수적인 것과 맞지 않는 것 등을 구분하게끔 강제하며, 우리는 자아정체성을 성실성이라는 만남으로 온전해질 수 있다(“온전성이 곧 완전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온전성은 나의 전부를 인정함으로써 내가 좀더 생생해지고 생명력을 얻는 것을 뜻한다.53p)


“분열되지 않은 자아의식은 좋은 가르침의 핵심이며, 인생 경험의 모든 측면들이 존중되며 자아, 학생, 학과를 한데 묶는 일관성과 그물을 만들어낸다. 반면 분열된 자아는 언제나 남들과 자신을 격리시키고남들을 파괴시키려 하며자신의 취약한 정체성을 보호하는 데에만 급급하게 된다.(56p)


교육세태는 주관적인 자아와 내적 진실의 중요성보다는 외부세계를 중시하는데, 이렇게 되면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마음의 용기를 잃게 된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변화는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 가령 예산, 방법론, 커리큘럼, 제도적인 개편 등에서 온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61p)” 이는 서구 문화를 지탱해온 “외부의 사물을 조종하는” 객관적인 세상을 연구하는 과학이자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며, 실제 세상에 힘을 발휘하는 원천은 되지 못한다. 


“스승의 힘은 학생의 내면에 진리를 일깨워 주는 능력에 있다. 우리는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진리가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훌륭한 선생을 만남으로써 우리 내부의 교사를 발견했다면, 후일 그 만남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 번 가르침의 용기를 회복할 수 있다.(65p)”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수록, 테크닉은 훌륭한 가르침의 원천인 자아의식을 더 많이 드러내게 된다.(70p)”


<고통 받는 사람들의 교육학>에 따르면, 교사의 강박증은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첫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똑똑한 교사인지 보여주는 것, 둘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지식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 셋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나는 이처럼 교실에서 세 가지의 연기를 해왔는데, 그 진정한 목적은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나를 훌륭하게 생각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사기, 우둔, 무지, 어색함, 바보, 비겁자 등 당신의 본질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것이 이런 연기를 강요하는 것이다(78p)”


교사로서 진정한 소명의식은 내면의 교사의 목소리에서 나오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존중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고 싶으면 과거의 인생사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됩니다. 과거에 당신이 존재했던 방식과 당신이 했던 일을 진정으로 당신의 것으로 인정한다면 당신의 현실 인식은 한결 치열해질 것입니다.(79p)”


자신의 내면적인 교사와 소통하고 원만히 대화할 때, 비로소 학생들의 내면과도 소통할 수 있으며 “깊은 것은 깊은 것끼리 통한다만약 우리게 자신의 깊이를 측정하지 못한다면학생들의 깊이 또한 측정하지 못할 것이다방법은 고독과 침묵명상적인 독서숲 속 산책일기 쓰기남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친구 찾기 등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 찾기(82p)”


교사의 내적 생활에서 나오는 권위야말로 권력이나 강제 수단 등 바깥의 권위를 추구하려는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권위는 자기 자신의 말행동삶 등의 저자(주인)가 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주어진 각본에 따라 건성건성 해치우는 사람에게서는 도저히 권위가 나올 수 없다. 교사가 법의 강제적인 힘이나 테크닉에 의존한다면, 그는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84p)”


“내가 나의 정체성과 성실성을 회복하고 나의 자아의식과 소명의식을 기억한다면 권위는 저절로 찾아온다. 그러면 가르침은 나 자신의 깊은 진실에서 우러나오며 학생들 내면에 있는 진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해온다.(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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