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태동기의 인간선언, <시민불복종>
귀하가 생각하는 행복은? - 저항,
귀하가 생각하는 불행은? - 복종
200여년 전,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 유행하던 문답놀이에서 인상 깊던 그의 답변이다. 신분제도의 흔적이 엄연히 존재하던 그 당시와, 형식적으로는 계급이 철폐된 현재를 비교할 때- 복종은 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본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와 ‘선거’라는 허울 좋은 민주주의 제도에 복종하고 살아가는, 복종하면서도 이것이 복종인지를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시민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자신의 삶으로 ‘시민불복종’을 보여준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서야 ‘복종’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터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성을 포기하고 숲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성찰과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을 기록으로 남긴, 진정한 삶을 살고자 한 자. 소로처럼 근본적인 삶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이 사회에는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21p)”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누구의 제2인자가 되기에는, 또 세계의 어느 왕국의 쓸 만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고귀하게 태어났다.(24p)”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50p)”
시민 불복종의 사상을 보여주는 이 문장들은 참으로 강직하고 힘 있다. 한 개인의 인간선언이자 주권선언문이 물질문명의 편리함에 많은 것들을 회피하거나 의존하고 살아가는 지금 나의 삶을 반추하게끔 한다.
“부자는 언제나 그를 부자로 만들어준 기관에게 영합하게 마련이다. 단언하는 바이지만,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덕은 적다. 왜냐하면 돈이 사람과 그의 목적물 사이에 끼어들어 그를 위해 그것들을 획득해주기 때문이다. … 돈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유일한 새로운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어려우면서도 부질없는 문제뿐이다.(44p)”
인식의 시야를 선명하게 해주는 이 문장들을 보고 나니, 내가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물질을 우선시하고, ‘남들 다 그래’라는 핑계로 의심하거나 비판하지 못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해내지 못했음을 반성하며- 이 책을 계기로 아직 읽지 못한 『월든』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