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환대하는 방법
아이에게 배우는 따뜻한 인사
아기의 어린이집 등원길, 동네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이 우리를 보자 반색하셨다. “애기가 어제 어린이집에서 공원을 가는가 본데, 가다가 나를 보더니 ‘안녕하세요’ 큰소리로 인사를 하더라고~ 그걸 보고 내가 참 기분이 좋았어.” 아기를 보면서는 “다음에 까까 사줄게”라는 약속을 하시며. 동시에 들은 말이지만, 우리집 아기는 할머니의 말을 반복해서 나에게 전달한다. “엄마, 할머니가 까까 사주신대.” 아기의 자랑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한다. “우와~ 은호가 할머니께 반갑게 인사해서 기분이 좋으셨나봐! 은호한테 고마우셔서 까까 사주신다나봐.”
평소에도 어르신은 자신을 보면 반갑게 인사하는 우리집 아기를 참 예뻐하신다. 그리고 아기 은호 역시 그 어르신이 자신을 예뻐한다는 걸 알고 있다. 동네에서 어르신을 마주치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뛰어가 인사를 하는 모습에, 어르신이 까까 사먹으라며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주신 적만 벌써 두 번이다. 만원이면, 어르신의 하루 일당 정도는 될 법한데..
마주치면 항상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지만, 주로는 시야가 넓은 내가 먼저 발견하고 아기에게 인사를 시킬 때가 많은 법이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 없이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산책가는 대열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어르신께서 참 흐뭇하셨던 모양이다.
따뜻한 인사는 타인을 향한 최고의 존중이라는 것, 이런 걸 아기로부터 새삼 배우고 확인한다. 이른바 ‘존재를 환대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