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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ul 22. 2015

그림책 대장정의 마지막

컴퓨터로 그림책을 다듬기


그림책을 수정할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선미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렸다. 스티커도 붙여보고, 색지도 붙여가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했다. 스무 쪽의 그램책 두 권에 들어갈 사십 장의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녀에게 참 벅찬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나는 손글씨로 그림책에 들어갈 모든 내용을 적었고, 이제 디지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세상에 딱 한 권만 있는 그림책을 만들 거라면 이 그림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면 되겠지만 여러 부수로 인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책이든 거쳐야 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손으로 써놓은 글씨와 수많은 그림들을 하나씩 스캔했다. 이것 저것 덧붙여 입체적으로 만든 어떤 그림은 스캔을 하며 평면적으로 바뀌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한 장씩 한 장씩 스캔하며 내가 원하는 크기로 그림을 올려놓고, 글씨도 올려놓기 시작했다. 디지털 작업을 거치며 그림과 글씨는 제각기 다른 크기로 여러 번 다른 위치에 놓였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얼추 작업을 끝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판형의 크기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원하는 크기인 가로 세로 20센티 정사각형 모양으로 그림책을 만들면 단가가 너무 비싸진다. 그래서 사이즈를 줄이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을 때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원하는 크기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머리를 쥐어싸며 고민하는 동안 표지를 여러 가지 크기로 인쇄해서 그림책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두세 차례 그림책 전부를 수정했다.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 20,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 20,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 18,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 18... 컴퓨터 속 폴더는 자꾸만 더 생기고 그림책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졌고, 인쇄용이니 놓치고 있던 해상도도 높여서 작업해야 했다.

  그리고 확정된 그림책은 가로 세로 16센티가 되었다. 조금 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덕분에 그림과 글이 책 안에 가득 차 보였다. 처음 작업은 하얀색 바탕으로 했지만, 작업을 거치며 예쁜 파스텔색들을 배경으로 놓았다. 그림책 속 글씨가 더 선명하도록 수정하기도 했고, 내용을 조금 바꾸기도 했다. 작업을 여러 번 거치며 더 나아지고 있다고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 더위도, 그림책 작업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한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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