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림책이 궁금했던 당신께
우리의 그림책이 궁금했던 당신께
낭독회가 끝난 후에야 인쇄된 그림책이 배송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욕심을 부려 만든, 아주 빳빳하고 반짝이는 그림책을 보자 기분이 남달랐다. 그냥 테스트로 한 권 만들어본 것도 아니고 고민을 거듭해 주문했던 열 권이었다. 다시 세어보고, 다시 한 번 더 세어보고, 여러 번 세어봐도 열 권. 레시피 시리즈는 두 권의 책이니 총 스무 권. 규희가 만든 책은 규희에게 바로 배송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림책을 준비하며 방문했던 독립출판서점에 놓는 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내가 그림책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독립출판이라는 말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예지언니가 스페인 순례길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독립 출판할 거라는 말를 들었을 때에도 그런 게 있구나 하는 마음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초선영 작가님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독립출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야 아 나도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알게 되었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나 스스로 꾸리고, 직접 인쇄소에 맡겨 나온 책은 다 독립출판이다. 그리고 그 독립출판물만 다루는 서점도 있다는 사실 모두 나에게는 낯선 이야기였다.
차근차근 독립출판과 독립출판서점에 대해 알아간 후에 그림책 만들기 학과가 함께 방문했던 독립출판서점에는 이미 세상에 나온 독립출판물이 정말 한가득 쌓여있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정성 들여 만든 수많은 독립출판물이 가지런히 쌓여있어 정말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거기에 우리의 그림책이 놓이면 어떨까 하는 떨림으로 용기를 내 입고 문의를 했고, 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답이 한참 오지 않아 다시 전화해서 여쭤보니 입고는 어려울 것 같다는 거절이 돌아왔다.
우리가 너무 들떴던 건 아닐까? 그림책을 만들기만 한다면 뭐든지 다 될 것만 같은, 구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서점에 입고하고 남은 책을 팔기로 했던 처음 우리 계획은 점점 미뤄지고 있었다. 그림책 만들기 학과 친구들끼리 먼저 그림책을 나눠가진 후 남은 그림책은 방 구석에 택배 박스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이 점점 그 기운을 걷을 즈음이 되었을 때 마음을 다잡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 혹시 그림책 좋아하세요?'는 제목으로, 몇 권 안되지만 그림책을 팔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