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걷어내고 위로로 다가서는 법
부끄러움을 걷어내고 위로로 다가서는 법
얼마 안되는 그림책을 사준 사람들은 보통 내 친구들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항상 지지해주었던 친구들은 선뜻 그림책도 사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동안 오래 알아온 사람들도 페이스북의 글을 보거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먼저 연락해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놀랐고, 곧 고마움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어떤 내용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나라는 사람을 알고 있어 먼저 물어봐주고, 돈을 내고 책을 산다는 건 생각만큼 쉽게 되는 행동이 아닐테니. 그 마음부터 고마웠다. 거기다 정말로 그림책을 사주고 나면 나는 기운이 났다. 그림책을 사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니까, 말로는 할 수 없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을 사람들의 손에 쥐어줄 수 있어 그게 마냥 좋았다.
그림책을 산 사람 중에는 열정대학 사람들도 있었다. 열정대학에서 활동을 하며 친해진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열정대학에서 그림책 낭독회를 했던 계기를 통해서 그림책을 사게 된 것 같다. 열정대학 내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학과를 꾸려, 독립출판물까지 만들어낸 학생들이 좋아보였는지 덕수쌤도 사주셨다. 열정대학의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들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알음알음 책을 사갔다. 그림책을 파는 동안 나는 그림책을 여러 번 포장하고, 계속 우체국에 들러 택배를 부쳤다. 그렇게 팔린 그림책들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이 팔렸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예상보다는 조금 더 팔렸을 뿐, 결국은 아주 적은 수의 그림책이 팔렸다. 최소 부수에 맞춰 인쇄한 책이기에 원가도 너무 비싸고, 팔 때도 너무 비싸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차피 그림책을 만들겠다는 시작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기에 수만권을 팔아 유명세를 타고 싶다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또 책을 팔아 부자가 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기에 돈 생각도 나진 않았다. 그냥 어느 날, 그림책을 읽고 연락주는 사람들이 그림책이 좋았다고 말을 전해주는 그 순간들로도 나에게는 충분했다. 여기까지 또 한 걸음 걸어오는데 그보다 더 충분한 이유가 어디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