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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03. 2015

그림책이 없는 시간

잠시 숨을 고르자



잠시 숨을 고르자


  말랑말랑한 글쓰기를 하고, 그림책을 상상하고, 만들고, 보여주고, 팔고. 으레 내가 하는 일이 그렇듯 그림책 만들기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즐거움도 많았다. 아직 집에는 팔다 남은 몇 권의 책이 있고, 나는 종종 우리가 만든 그림책을 읽어본다. 열정대학이나 다른 많은 활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까지면 정말 재미있었고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보겠어. 작은 욕심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독립출판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도 보고. 혼자서라면 쉽게 시도해보지 않았을 일이 가득했던 시간이다. 그래서 즐겁고 신나고 하고 싶은 게 많다고 그렇게나 욕심을 냈나 봐.


  그림책에만 빠져있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는 또 강렬한 속도로 다른 것들에 빠져들었다. 무엇이든 일을 크게 만들고, 새로운 걸 배우고,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니, 그러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림책이라는 예쁜 보물이 있어 그림책을 만들었던 시간을 잊진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들어보고 싶다고 종종 말할 정도였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내게 남아있을 일을 꼽자면 그림책도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시간이 나에게는 아주 큰 보물이었다. 정말로 마음처럼 다시 그림책을 만들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날은 점점 추워졌고, 그림책이 옅은 추억이 되어갈 때 기타 모임의 그뇽이 내게 몇 가지를 물어봤다. 자신도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이라 우리는 조금 긴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뇽은 플리마켓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나는 그뇽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은 몇  권뿐인데 이 정도로도 정말 플리마켓에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뇽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많이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플리마켓은 겨울에는 하지 않으니 봄이 되었을 때 한 번 찾아보라고, 나는 그때 소소시장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여는 플리마켓도 아주 많고, 독립출판물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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