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을 고르자
잠시 숨을 고르자
말랑말랑한 글쓰기를 하고, 그림책을 상상하고, 만들고, 보여주고, 팔고. 으레 내가 하는 일이 그렇듯 그림책 만들기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즐거움도 많았다. 아직 집에는 팔다 남은 몇 권의 책이 있고, 나는 종종 우리가 만든 그림책을 읽어본다. 열정대학이나 다른 많은 활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까지면 정말 재미있었고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보겠어. 작은 욕심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독립출판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도 보고. 혼자서라면 쉽게 시도해보지 않았을 일이 가득했던 시간이다. 그래서 즐겁고 신나고 하고 싶은 게 많다고 그렇게나 욕심을 냈나 봐.
그림책에만 빠져있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는 또 강렬한 속도로 다른 것들에 빠져들었다. 무엇이든 일을 크게 만들고, 새로운 걸 배우고,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니, 그러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림책이라는 예쁜 보물이 있어 그림책을 만들었던 시간을 잊진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들어보고 싶다고 종종 말할 정도였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내게 남아있을 일을 꼽자면 그림책도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시간이 나에게는 아주 큰 보물이었다. 정말로 마음처럼 다시 그림책을 만들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날은 점점 추워졌고, 그림책이 옅은 추억이 되어갈 때 기타 모임의 그뇽이 내게 몇 가지를 물어봤다. 자신도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이라 우리는 조금 긴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뇽은 플리마켓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나는 그뇽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은 몇 권뿐인데 이 정도로도 정말 플리마켓에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뇽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많이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플리마켓은 겨울에는 하지 않으니 봄이 되었을 때 한 번 찾아보라고, 나는 그때 소소시장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여는 플리마켓도 아주 많고, 독립출판물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