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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06. 2015

소소시장에 가요

첫 세종예술시장 소소, 첫 셀러


첫 세종예술시장 소소, 첫 셀러

  4월인데도 해가 쨍쨍했다. 처음 나가는 플리마켓이 날씨가 좋아 정말 다행이었지만,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덜컥 독립출판물을 가져가겠다는 내용에 흔쾌히 참가 확정이 나 나는  정신없이 소소시장을 준비했다. 그림책이 혹여나 모자랄까 - 또 다시 최소인쇄부수로 - 추가 인쇄를 했고, 두 권의 그림책에서 뽑은 네 개의 그림과 글을 엽서로 - 마찬가지로 최소인쇄부수로 - 인쇄했다. 인쇄소에 들러 엽서를 찾으러 갔을 때 엽서 크기에 맞는 봉투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을 듣고 나서야 봉투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정도였다. 급한 대로 인쇄소에서 봉투를 사고, 추가 인쇄한 그림책도 잘 챙겨가고, 혹여나 무료할까 싶어 색연필과 작은 노트까지 보이는 건 다 가방에 넣으며 짐을 꾸렸다. 나는 그렇게 짐을 한가득 안고 토요일 아침 광화문에 도착했다.

  세종예술시장 소소,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소소시장'이라 부르는 이 플리마켓은 이름처럼 세종문화회관 뒤쪽 넓은 자리에 열린다. 정말 많은 셀러들에 내가 먼저 신나서 들뜨고 파란 풍선이 가득 채워진 곳이 나의 첫 플리마켓, 소소시장이었다. 집에서 챙겨온 알록달록한 천을 먼저 테이블 위에 깔고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와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 두 권을 올려놓고, 엽서 네 장도 예쁘게 올려놓았다. 아직 셀러들이 다 도착하기 전에 나는 이미 자리를 펴고 앉아 부끄러워하며 앉아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께서 내게 책이 얼마인지 여쭤보셨다. 그림책 설명을 해드리며 가격을 알려드리자 흔쾌히 사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놀랐다. 내게 안면도 없는 어떤 이가 내 책을 먼저 사겠다고 말해주는 경험은 매번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건 어른들이 사줘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기억에 선명하다. 손수건과 천가방을 파는 옆자리 셀러분은 그 모습을 보고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개시하셨네요!"

  친한 친구들 몇몇이 예쁜 꽃다발과 먹을 거리를 들고 나를 찾아와주었고, 나는 고맙다고 몇 번을 말했다. 사람이 조금 더 북적거릴 때 엄마도 찾아오셨다. 엄마 손에도 먹을 거리가 한가득이었다. 사람들이 준 선물을 받고, 사람들이 준 먹을 거리를 잔뜩 먹고 배가 불러왔을 때, 나도 소소시장 구경에 나섰다. 많은 독립출판물, 많은 수공예품이 가득해 몇 번이고 살까 말까 고민했다. 크리에이터라고 쓰여진 목걸이를 걸고 다녀 다른 셀러분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기도 했다. 낯을 가리는 나는 그런 친절함에 또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렇게 구경하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껌북 바나나라는 곳을 보았다. 껌북이 가져온 책들은 다 귀엽고 색다른 기분이어서 먼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삼청동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져온 그림책 입고 문의를 했고, 정말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리고 소소시장이 끝날 즈음, 홍대의 짐프리에서도 입고 문의를 받았다. 팔린 책보다 서점에 맡긴 책이 많은 하루였다. 어떻게 하루가 가는 지도 모르는데, 정신없이 하루가 저물었고 나는 한 번 더 소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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