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너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쥐고
소소시장에는 두 번 초대를 받았는데 아무리 욕심을 내도 첫 번째 소소시장에 스물여섯 그림책 시리즈를 가져갈 재간이 없었다. 나를 압박 주지 않고, 하고 싶은 말과 그림을 차근차근 담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새로 작업하는 <스물여섯, 너에게> 그림책들은 두 번째 소소시장에 가져가야겠다 마음먹고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갑자기 백수가 되었고 시간은 충분하니 많아진 시간으로 그림책도 만들고, 마음 씀씀이를 여유롭게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대충 써놓았던 <스물여섯, 너에게> 그림책 시리즈에 들어갈 내용을 더 자세히 고민했다.
스물다섯을 최대한 만끽한 나에게 스물여섯은 너무 힘든 시작이었다. 스물다섯에 나는 모난 부분을 깎아가며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왔다면, 스물여섯을 마주하자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열심히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스물여섯 세상의 나쁜 또라이를 마주해야 하는 너에게>를 쓰기 시작했다. 많은 또라이 중에서 나쁜 또라이를 만나 무너지는 너에게, 부디 그들이 너를 끔찍하게 타박하거나 좋은 말인 척 너의 상처 안으로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 상황을 마주해도 너를 보호할 수 있기를. 결코 그들은 너에게 중요하지 않으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림책에는 인상을 잔뜩 쓰고 못된 표정을 한 나쁜 또라이를 아주 또렷하게 그렸다.
<스물여섯 괜찮아 라는 말이 필요한 너에게> 에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엉망이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조차도 너를 감싸 안을 수 없을 때 대신 내가 괜찮다고 말해줄게. 무던히 실패하고 무너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도 괜찮다고, 종종 이렇게 괜찮지 않은 날도 있는 게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다시 내가 괜찮다고 말해줄게. 너를 미워하지 말아주렴. 나는 정말로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 페이지 곳곳에 괜찮아라는 글씨가 아주 많은 그림책을 그렸다. <스물여섯 늦은 밤 무언가를 쓰고 싶어 뒤척이는 너에게>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어 잠 못 드는 너에게 무엇이든 써보라 일러주고 싶었다. 어차피 대단한 걸 하겠다고 맘 먹은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사라질 기억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써보자. 세상 온갖 잡다한 꿈을 다 모아놓은 것 같은 그림을 아주 많이 그렸고, 그중 그림 몇 개는 여러 번 다시 그렸다. 가장 많은 색을 썼고, 그려보지 않은 그림도 그렸다.
<스물여섯 세상의 나쁜 또라이를 마주해야 하는 너에게>, <스물여섯 괜찮아 라는 말이 필요한 너에게>, <스물여섯 늦은 밤 무언가를 쓰고 싶어 뒤척이는 너에게> 까지. 아주 긴 이름을 가진 세 권의 그림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 이 그림책들은 나의 머릿속과 책상에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