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 Aug 07. 2015

두 번째 소소시장

그림책과 캘리를 써요



그림책과 캘리를 써요

  5월 소소시장은 겨우 두 번째인데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레시피> 그림책 시리즈 외에도 새로 만든 <스물여섯 너에게> 그림책 세 권과 함께 만든 엽서 세 장까지. 여러 가지를 들고 가게 되어 가방은 무거웠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이번 소소시장에서는 양 옆에 또 새로운 분들과 만나 자리를 잡았는데 도자기로 예쁜 액세서리를 만들어오신 분이 내 왼쪽에, 꽃 일러스트를 엽서에 월별로 가져오신 분과 다시서점이 오른쪽에 있었다. 예전에는 경직되어서 셀러분들께 말도 못 걸고 어리바리하게 앉아있었는데 이번에는 먼저 말도 건네고, 파는 물건도 구경하면서 나의 테이블을 준비했다.

  소소시장은 꽤 오랜 시간 진행되는터라 지난 소소시장 때 친구들이 멀뚱멀뚱 앉아있지 말고 캘리를 쓰는 게 어떠냐, 내게 물어보았었다. 그 전 겨울에 나는 짧은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고, 봄에는 한 달짜리 만년필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에게 캘리그라피로 글을 써서 선물해주곤 했다. 그걸 잘 알고 있던 친구들의 권유로, 엽서 뒤에 캘리로 짧은 글을 옮겨 적고 색연필로 색색 작은 그림을 얹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나의 첫 캘리그라피 엽서였다. 소소시장에는 예쁘고 다채로운 엽서가 정말 많은데 나도 한 사람 분을 더한 것 같아, 신이 났다.

  테이블에 앉아 만년필로 엽서 뒤에 캘리를 쓰고 있는 걸 보고, 어떤 분이 내게 원하는 문구를 써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낙서장으로 가지고 간 노트에 불러주시는 문구를 한 번 연습한 후에 캘리를 쓰곤 했다. 캘리는 엽서에 써드리니, 엽서를 하나 골라주셔야 한다고 앞에 엽서 7장을 보여드리면 구경하던 손님들도 주의를 기울여 내 엽서를 보곤 했다. 엽서에 그려진 그림들과 이야기들을 꼼꼼히 읽고 나서야 한 장을 고르는 모습들이 나는 정말 좋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내 그림책의 부분 부분을 조금씩 읽어갔다.

  그냥 잠깐 놀러 와서 그림책을 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책의 장면들로 엽서를 만들었고, 엽서에 캘리를 써드리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내 엽서를 구경했다. 나는 그림책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엽서를 만들었지만, 캘리를 쓰기 위해 엽서를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어떻든 상관없었다. 누군가의 순간에 이야기가 이렇게 스며들고 있는 걸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고심하며 엽서를 보고 계시는 분들께 그림책을 만들어 엽서까지 만든 거라 설명해드리면 그림책도 가볍게 읽고 가시는 분들도 많았다. 5월의 소소시장은 첫 소소시장보다 날이 더 뜨거웠지만 나는 훨씬 즐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시장에 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