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에 대해 물어오는 이에게
독립출판에 대해 물어오는 이에게
소소시장의 재미에 빠져, 다른 플리마켓들은 어디 없나 찾아보고 있을 즈음에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고, 대학신문 문화면에 독립출판물을 주제로 한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홍대의 짐프리에서 발견한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 책이 투박하고 재미있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메일이었다. 책을 만들게 된 계기나 과정 중에 느낀 점들을 기사에 담고 싶어 책방 사장님께 연락처를 사정해서 물어봤다는 내용을 읽고, 신문에 실리거나 어디 내놓을 정도로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들게 연락을 해온 친구의 노력 때문에 흔쾌히 좋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의 어려움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말랑말랑한 글쓰기와 그림책 만들기 학과를 시작했던 열정대학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매 학기마다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기에 나도 그 과정 중에 수많은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나 역시 출판사를 통해서 연락처를 구하기도 했고, 블로그나 SNS를 하는 분은 그곳에 연락을 하기도 했다. 몇십 번의 메일을 써봤고, 그중 답을 주신 분은 얼마 없었고, 인터뷰를 진행한 경우 역시 몇 명뿐이었다. 내 메일의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잘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 가운데 흔쾌히 인터뷰를 해주셨던 몇몇 분들께는 항상 감사함이 남아 나도 이런 메일에 속 썩이고 있을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서로 거리가 멀어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전화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이래저래 서로 일이 생겨 시간을 몇 번 바꿔 인터뷰가 시작된 건 어느 초여름밤인데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놀이터에 앉아 전화로 통해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안에 녹아있는 떨림을 전해 들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림책을 그리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책 마지막에 장식하고 있는 친구들의 이름은 어떤 이유로 적혀있는지, 책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지,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꼼꼼한 질문지를 미리 만들어두었는지 질문은 이어졌고 나는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하나씩 답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종종 생각하지만, 독립출판물이라는 걸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어떤 대단한 이름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저 한 사람 - 혹은 몇 사람- 이 모여 책이란 걸 만들어보겠다고 이렇게 저렇게 책을 꾸려, 인쇄를 하면 끝이다. 책에 들어갈 내용이 어마어마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쯤 책에 담고 싶었던 내용을 담아봐요, 그거면 충분해요. 답을 하면서 나 역시 그림책을 만들며 높은 울타리를 상상하고 그 울타리를 넘으려 노력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잘 팔릴 책을 만들고 싶어서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답했는데, 이 대답은 지금도 누가 나에게 독립출판물에 대해 물을 때 해주는 말이다.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도 내가 그림책을 독립 출판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결국 했잖아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독립출판물을 어려워하지 말았으면 해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독립출판물이니까요. 하고 싶은 말을 해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