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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un 30. 2015

우리는 말랑말랑해지고 있을까?

말랑말랑한 글쓰기 시작하기



  자, 이제 펜을 들 시간이야.

  3월, 말랑말랑한 글쓰기 모임이 시작했다. 얼굴도 몰랐던 친구도 있고, 이름을 건너 건너 들어봤던 친구도 있었다. 매주 여섯 명이 모여 처음으로 할 일은 '이야기 씨앗'이다. 일주일 동안 어땠어? 나는 책을 읽었고, 너는 영화를 봤고, 다른 이는 음악을 들었다. 우리는 말랑글에 오면서 이야기 씨앗을 하나씩 쥐고 오기로 했다. 그 이야기 씨앗은 대화를 나누며 정말 이야기가 된다. 말랑글 여섯 명은 너무 달랐지만 또 그만큼 서로에게 가능성을 마음껏 열어두었다. 노래도 같이 나눠 듣고, 문장들도 나눠 읽었다. 우리는 말랑글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의 시간을 공유했다.

  그리고 여전히 요란한 우리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짧은 글을 하나 읽었다. 이번 주는 첫 번째 모임이니까, 글쓰기 연습 때 꼭 기억해야 하는 네 가지 규칙에 대해 읽기로 하자. 계속 써라, 고치지 마라, 마음 가는 대로 써라, 구체적으로 써라 이 네 가지 규칙은 말랑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아무래도 좋아. 정말로 마음대로 잔뜩 썼으면 좋겠어. 여기는 딱딱한 글쓰기를 써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는 곳이 아니니까, 네가 쓴 어떤 글도 다 재미있게 읽을 거야. 말랑말랑한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야.

  우리는 시끌벅적하게 주제들을 들여다본다. 이번 주 준비된 주제는 일곱 가지였고, 각자 세 개씩 고르되 하나는 공통된 주제 아래 다른 선택지를 골라야 해. 조금 복잡하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거야. 이번 주 주제는 냉장고 속 살아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빈정대는 피망, 음식들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김장 김치 한 통, 미국 출신으로 한국말을 잘 모르는 갈비찜, 예민한 성격의 매실 액기스,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시든 양상추, 냉장고 밖 환경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케첩 한 병까지 여섯 개의 선택지를 정신없이 골랐다.

  나는 예민한 성격의 매실 액기스를 골랐다. 말썽꾸러기 현묵이가 바깥에 두고 내버려둔 토마토를 구출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냉장고 친구들은 스릴 넘치는데다 비장함이 흘러나오는 모습으로 금방 상상이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말랑글 친구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는다. 각자 쓰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종종 이런 건 어때? 라면서 제안도 하고, 정말 생각이 안 나는 날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빈 종이를 가지고 집에 가기도 했다. 그 날, 우리는 각기 다른 냉장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 그 글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이렇게 즐겁게 웃고 떠들며 우리는 말랑말랑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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