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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ul 14. 2015

그림책을 채우자

그림책 이야기 쓰기


어떤 내용으로 그림책을 채울까?


  그림책을 이끌어갈 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흐름이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누군가 읽었을 때 다음장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읽고 나면 어딘가 마음 속에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나의 진심이 곳곳에 베여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내가 썼지만, 나도 끝까지 여러 번 읽고 싶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잔뜩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욕심이 많아, 그림책 하나를 만드는데도 원하는 조건이 너무 많아진다.


  그러다 말랑말랑한 글쓰기학과에서 썼던 글을 뒤적여,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를 발견했다.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끝나고 나면 누구나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니까. 그림도 재미있게 그려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상의 여지가 참 많아서 좋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니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 그게 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를 그림책으로 만들어야지 결심했는데 문득 그림책을 2권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불행을 털어낸 사람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불행을 비워낸 마음 안에서 용기를 찾아 소중히 보다듬으면 조금이나마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는 그 작은 욕심으로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를 쓰기 시작했다.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와 함께 쓰여, 나란히 <레시피 시리즈>가 될 테니 구성은 불행을 털어 넣는 레시피와 같게 했다. 용기를 보다듬을 수 있는 요리를 위한 재료들을 고민했고, 완성된 요리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용기를 억지로 꺼내지 않도록, 그 보물을 마음 안에서 예쁘게 담아두어 언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소중히 세상 밖으로 내보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리를 시작하면 여러 재료들과 만난 용기는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핫케이크가 된다. 불행을 털어 넣어 만든 수프와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핫케이크는 어쩌면 불행을 털어낸 후 이렇게 용기를 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요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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