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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Nov 06. 2024

인공지능과 더불어 사는 삶이란

이러다가 인공지능에 매몰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챗 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툴 덕분에 글과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힘든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인공지능을 그저 두려워하기보다는, 이 기술과 함께 교류하며 협력해야 한다는 반응이 우세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다. 과연 이렇게 적응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지만 나 또한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만 보기에, 다른 카테고리에서 인기 있다는 사람들, 콘텐츠에 무지하다.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외국 기사를 읽으며, 인공지능 툴을 활용하여 글을 다듬는다. 사진 편집에서 인공지능은 없어서는 안 될 단짝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니, 이미 인공지능의 손바닥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대하는 태도는 이렇다. 


1. 인공지능에 친화적이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 인공지능을 사용하지만 미심쩍어한다. 

3. 인공지능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다.


나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만 미심쩍어하는 경우에 속한다. 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보려 이것저것 노력해 보지만, 아직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정도의 결과를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배운 아기처럼,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는 매우 서툴다. 



챗 GPT와 그림을 그리는 과정



하지만 이런 경험은 아직 내가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인공지능에 친화적인 사람들을 보면 내 생각이 틀렸나 싶기도 하다. 온라인에서 미드저니, 달리를 활용하여 완성한 이미지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다. 내 주변에도 이미 훌륭하게 툴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UX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남편은 챗 GPT를 활용해 문구를 정리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의료 관련 UX를 만들 때 챗 GPT를 활용한다고 한다. 그 친구의 남편은 만날 때마다 챗 GPT와 친구처럼 대화 중이다. 





언제나 새로운 문물에 친화적이었던 내가 왜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이렇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가? 내가 생각해도 답답할 지경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답답할 정도로 인공지능을 못 믿는 이유에는 인공지능에 의존적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대학교에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자동차 회사 디자인실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밤을 새워 목업을 만들고 있을 때, 급하게 외관을 깎아야 할 일이 있었다고 한다. 3D 모델링 기술만 배웠던 이들은 컴퓨터 파일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논의하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직접 목업을 제작해 왔던 상급 디자이너는 지금 뭐 하고 있느냐며, 직접 목업을 깎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각도는 컴퓨터로 제작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지금 생각하니 왠지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나 또한 기술에 의존해 살아왔으며, 기술이 없으면 냇가에 버려놓은 어린애가 되지 않는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포토샵을 처음 알았을 때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그 툴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행복해했었다. 이어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천직이라 믿었다. 


문득, 이제 나는 그 툴이 없으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사실이 어쩐지 무서워졌다. 그래서 다시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입시 이후에는 잘 쓰지 않던 붓과 물감도 꺼냈다. 그리고 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 그림 실력은 아이처럼 서툴러져 있었다. 노력을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자, 하나둘씩 그렸던 그림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서서히 세상에서 옅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툴에 의존하다 보니 나 자체로, 나 스스로 나다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아날로그 방식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디지털 기술도 놓을 수 없다.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기술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가는 우리의 부모님을 보며 답답해한다. 인공지능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부모님의 길을 밟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미심쩍어하면서도, 챗 GPT를 연다. 포토샵에게 야금야금 부족한 부분을 부탁한다. 나 못하는 게 있는데.... 도와줘, 라면서. 서서히 손으로 그리는 방법을 잊어가고, 글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은 찝찝함은 있지만... 시대에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잃고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챗 GPT와 함께 완성한 결과물



인공지능의 홍수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디지털 기술에 적응해 버린 나와 아날로그적인 나는 계속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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