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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Jan 31. 2023

비교라는 늪에 발을 들여놓은 이야기

연말정산 끝에 만난 나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해마다 찾아오던 연말정산의 시간. 부지런히 서류를 준비해서 찾아가면 될 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처리가 되는 일 중 하나였다.


나를 비교의 늪에 스스로 빠지게 만든 것은 친구의 한 마디였다.


“나, 이번에 세금 엄청 돌려받아. 어머님 병원비 때문인가 봐. 너무 많이 돌려받으니깐 뺏어갈까 걱정된다.”


친구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갑자기 계산기가 돌아갔다. 의료비.. 우리 집에서는 잘 지출되지 않는 영역이다. 그것에 깊이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의료비 많이 냈다는 건, 그만큼 아팠다는 뜻이란 걸 깨닫는다. 아픈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정말 불편하고도 마음 아픈 상태이다.


하지만 연말정산을 할 당시에는 그 생각이 나지 않았고 정말로 너무도 어리석게(!) ‘나는 왜 친구처럼 많이 환급받지 못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내 소비 생활부터 여러 가지를 반성하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교의 생각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고 결국은 ‘나는 타인보다 열등하다.’라는 관념에게 깊이 먹이를 주며 괴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연말정산을 하는 일 속에서도 내 모든 상태가 마음에 안 드는 내가, 심정이 배배 꼬인 내가 내내 말을 걸어서 힘들었다. 그나마 생활인인 내 자아가 꾹 참고 서류를 잘 냈으며 빠른 일처리를 해준 행정실 선생님 덕분에 그 나락에 깊이 빠지지는 않았다. 겨우겨우 마무리, 잘 해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제야 드는 생각,  ‘외면의 나야, 고맙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배운 것은 역시 감사하는 마음. 자신에게 만족하고 주어진 삶에 자족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말정산을 통해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가족이 의료비를 많이 쓴 걸 기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삶의 본질적인 것들, 건강한 현재에 깊이 감사하고, 연말정산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기. 지금의 것에 감사하는 마음 ‘해빙’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연말정산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번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서류를 잘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비뿐만 아니라, 당연히 처리해 두는 줄 알았던 현금영수증 처리의 경우에도 처리가 안된 것들이 있어, 곤란했다. 이 사건의 가르침은 연말정산 잘 준비하기라는 교훈이 되어서 2023년의 연말정산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한다.


+ 비교, 타인이 건넨 한 마디의 이야기를 먹이 삼아서 내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그 수많은 대화를 기억하고 싶어서 써 둔다. 인간은 수많은 비교와 판단을 통해서 살아간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하기에 생겨난 본능이자 지능이다. 그러나 그 멋진 지능을 자신을 괴롭히는데 쓴다면 정말 아까운 일이 될 것이다. 그 비교를 발판 삼아서 더 나은 나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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