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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Jan 27. 2023

우유니 사막처럼

tv를 좀처럼 보지 않던 내가 요즘 즐겨보던 방송이 하나 있다. 기안 84가 출연하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러운 여행기를 추구하고 본인의 버킷리스트를 향해 나가는 기안 84만의 독특함이 재미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온갖 고생을 하며 아마존을 경험하고 우유니 사막에 도착한 그는 정말 지쳐 있었다. 그리고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운 흰 소금 모래를 즐기며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일행들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물웅덩이에서 위아래가 겹쳐 보이는 신비로운 장면과 환상적인 일몰도 너무 아름다웠다.


우유니 사막에 바로 가기 위해서는 5번의 비행을 거쳐야 하고 또는 기안 84처럼 내륙에서 며칠의 버스 등의 이동을 거쳐야 한다. 쉬이 가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완성한 기안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여러분 모두 파이팅!’을 외치며 끝났다.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난 후, 아침에 책보느라 미뤄둔 산책을 나섰다. 폭설로 온 동네가 하얗게 뒤덮인 이곳, 조용한 흰 마을을 걷고 있노라니,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운 장면 같았다.


그랬다. 살다 보면, 내가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면 삶이 주는 아름다운 절경들이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눈 오는 제주의 동네 밤길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니, 여름 한동안 내 핸드폰 잠금 화면이었던 삼양해수욕장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밀물과 썰물 어느 사이에 찍었던 물과 하늘이 만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유니 사막처럼 눈물겹도록 환상적인 일몰은 아니지만 나에게 감격으로 다가오는 다홍색 일몰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일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던 이들도 떠올랐다.


 유난히 별이 가득 빛나던 어느 날, 언니랑 우리 가족 다섯이서 드라이브하면서 환호성을 지르던 순간들도 있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간절히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들 만큼이나 이미 주어지는 것들이 충분하다는 걸 깨닫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 산책. 눈이 와서 익숙한 듯 낯선 그 길은 내게 일상을 더욱 충실하게 감사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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