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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Feb 07. 2023

뻘짓 프로젝트, 살아 있는 시간

새벽 빵집 오픈런한 이야기



 하루에 한 번  안 해보던 일, 평소의 나라면 안 하는 일 해보기 - 이번 겨울에 4주간 진행하는 ‘뻘짓 프로젝트 2023’ 덕분에 동네 파리바게트 오픈 런을 시도해 보았다. 자주 오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7시에 온 파리바게트는 매우 생경하다.


우선은 사람이 없다는 것. 이곳은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좌석이 많고 주차공간이 많은 곳이라, 평소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새벽 시간, 아무도 없는 파리바게트가 신기하다.


두 번째는 직원들이 몹시 바쁘다는 것이다. 빵을 굽고 진열하고 포장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서인지 평상시에 이곳에서 들리지 않는 매우 빠른 비트의 음악이 들리는데 이게 꽤나 어울리는 상황이다. 오픈에 있던 큰 제빵틀을 수시로 옮기는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절로 주의가 기울여진다.

그 와중에 나처럼 부지런히 이곳에 온 한 세련된 여자 손님이 마늘빵을 8개나 사고 토스트와 커피 한 잔을 끼고 퇴장한다. 비즈니스 우먼의 시간, 멋지구나!


 조용한 덕분에 여유 있는 마음 덕인지, 빵 굽는 직원까지 보인다. 직원들이 이토록 부지런한 준비 덕분에 맛있는 빵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경험으로 깨닫는다. 이조차 기술이어서 매일매일 해나가면 인이 박히듯, 익숙해지겠지만 매일매일의 아침, 이들의 고된 노동의 대가로 내게 주어지는 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세 번째는 글 쓰는 나. 새로운 장소에서 글쓰기를 하기 위해 후딱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오로지 살아있다는 생생한 이 기분을 느끼며 감동하는 것을 보면 나도 참 신기한 인간이다.


 나는 시장을 좋아한다. 동네 시장, 오일장 같은 그런 곳을 좋아한다. 비밀이지만 아이들이 질색하는 해산물의 향조차 사랑하고 그곳에서 겨울이면 느껴지는 구수한 김과 어묵과 순대, 떡볶이 냄새, 아주머니들의 거친 입담과 마음 풀린 손님들의 수다를 사랑한다. 가게 앞에서 자신이 선택한 물건을 팔아서 생을 일구며 철저히 손님들에게 자신의 생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가게 주인들의 모습이 인간적이다. 그토록 담대한 삶의 방식이 나에겐 여전히 낯설면서도 동경이 되기도 한다.


 물건들이 세련되게 진열된 백화점이나 마트도 종종 좋지만 거친 삶과 생활이 살아있는 시장에서 나는 니체가 말한 ‘생에의 의지’라는 향기를 맡는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자주 잊는 그것, 생의 의지를 충전하는 기분이다.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수다와 편안한 대화가 가득한 평소의 이곳 대신, 직원들이 초를 다투며 움직이는 이곳에는 빵보다 진한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생기가 나에게 한동안 잊혀졌던 것을 일깨워주는 이 새벽 시간의 10분 글쓰기, 나오길 잘했다.


새벽 빵집 오픈런, 나에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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