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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Apr 10. 2024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인프피의 혼자 생각하고 쓰는 시간

 


요즘 출간된 일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도 벌 수 있다고?!

너무도 솔깃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내 주변 다수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면 나중에 싫어질 수도 있으므로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 일을 업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히 좋아하는 일을 일로 삼아야 매몰되지 않고 삶을 균형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주장에 의하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커피를 끝까지 좋아하려면 카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면 카페를 하다 보면 사업가로서 겪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마저 식게 할 거라는 말이다.


이 논리는 어찌 보면 참으로 현명하다. 좋아하는 것을 현실의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끌어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꽤나 오래도록 좋아하는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원두를 찾아서 설레는 마음, 아침에 그 향을 맡으며 일어날 생각에 밤부터 기대되는 그런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나만의 비밀 같은, 그런 시간들이 인생을 얼마나 유익하게 하는지 어쩌면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 때론 내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커버려서 미칠 정도로 좋아진다면? 그것을 하는 동안의 내가 좋고, 그 시간을 더 길게 만들어 가고 싶다면… 내가 느낀 전율과 기쁨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 하나가 있어야, 나머지 수백, 수천 가지의 어렵고 힘든 부분을 견뎌 낼 수가 있어요. 또 그렇게 미쳐서 힘든지도 모르고 해 나가야 성공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본성이 악착같은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악착같이 버티게 됩니다.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중에서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이라, 그런 마음이 있었던가 자신을 겸손하게 되돌아본다.


 살면서 미칠 듯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늘 경계해 왔다. 깊이 빠져들면 인생에 내가 가졌던 모든 규칙을 깨고, 무너질 듯이 불타오를 자신을 스스로 두려워하곤 한다. 아니, 버티지 못하고 이도 저도 만들지 못한 채로 공개될 자신을 두려워했다.


그렇게 좋아하더니, 그걸로 뭘 한다니?


이런 시선과 수군거림을 받고 싶지 않았던 나의 비밀. 그런 나를 위로하는 마지막 한 줄을 다시 읽고 다시 읽어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악착같이 버티게 됩니다. ”


정말 그럴까?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내겐 그런 일이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학교 가는 아이 둘을 케어하고 출근해서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돌아와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에도 나를 채근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 글쓰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 않지만,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기가 있다고 말하던 유재석 님의 말처럼. 버티며 써온 시간들.  그 틈이 내게 준, 귀한 비밀의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면, 휴일 밀려오는 피로와 집안일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서 침침해지는 눈도 갑자기 반짝거려진다.

남들이 보기엔 힘든 일, 번거로운 일, 쓸데없어 보이는 일. 그런데 나는 그렇게 힘든지도 모르고 해 나갈 만큼 좋아하는 일. 그 마음의 힘이 세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우리를 생에서 일으키며 악착같이 살아가도록 버티게 하는 게 아닐까?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것인가?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이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가? 여기에 대해서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일이 너무 좋아서 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인지, 내가 좋아하기에 조금 더 아는 지식으로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마음인지, 그냥 취미로 즐기고 싶은 마음인지 타인의 답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다만,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라는 전제에 갇히거나 좋아하는 것이 꼭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밀어두자.


좋아하는 걸 그냥 좋아해도 괜찮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도 괜찮다.


 좋아하는 걸 꼭 업으로 삼지 않고 나만의 비밀로 남겨두는 것도 꽤나 괜찮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고 싶었던 걸 한번 해 보았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가 본 길보다는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중에서


 언제나 가본 길보다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한번뿐인 내 인생. 실패와 성공이란 이름 말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 보면 어쩌면 오래전부터 나는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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