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개인이 테니스 코트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코트는 한정돼 있는데, 근 몇 년 사이에 테니스 인구는 크게 늘어 코트 예약은 티케팅과 수강 신청을 방불케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을 통해 코트를 예약할 수 있는데, 예약 접수 기간이 코트별로 상이해 코트별로 오픈하는 일자와 시간에 맞춰서 예약해야 한다.
공공테니스장의 홈페이지와 예약 방법 역시 일원화돼있지 않아 사용자가 일일이 검색을 통해 예약 방법과 연락처를 파악해야 해 불편하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처럼 수요가 높은 시간대의 예약은 불가능에 가까워 '매크로(Macro) 편법'이나 예약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또 일부 코트에서는 터줏대감인 클럽, 어머니회들이 특정 시간대 코트를 선점하고 있어 예약 자체가 불가한 경우도 있다.
내가 클럽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도 코트 잡기의 어려움에서 기인했다. 칠 때마다 예약과 인원 모집의 피곤함을 줄일 수 있고, 정해진 일자에 칠 데가 있다는 건 나름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클럽들도 예약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주고 정기대관을 한다. 일례로 1시간에 8000원짜리를 4만원을 주고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시간에 쓸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관리 주체가 마다 해마다 바뀌는 경우 이 비용이 인상되기도 하고, 클럽 운영진들은 이용 권리가 계속 이어지도록 운영자의 눈치를 보고 샤바샤바(?)를 해야 한다.
관리 주체가 바뀌는 시기가 다가오면 코트 관리는 형편 없어진다. 시설물 유지·보수를 최대한 미루다가 입찰받는 다음 관리 주체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코트 곳곳에는 균열(Crack)과 물 고임이 발생하고, 쓰레기가쌓여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인건비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아예 화장실을 폐쇄하기도 한다.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피해로 돌아가는데, 자칫 향후 코트 이용에 불이익을 받을까 공론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같은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아예 서울보다 예약이 수월한 서울 근교로 나간다. 지평, 의정부, 춘천, 양평, 김포, 구리 등은 상대적으로 코트 예약이 어렵지 않아 주말에 날을 잡고 지인들과 원정을 떠난다. 한적한 곳에서 가끔 쐬는 콧바람은 즐거울지 몰라도 집 근처 코트를 두고 매번 기름값과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건 비합리적이다. 아예 '기분전환'하고자 하는 이들을 공략해 고급화 전략을 택한 곳도 있다. 아지트아날로그, 아난티코트 라켓클럽 등은 1시간에 6만원이라는 코트 이용료에 걸맞게 정말 쾌적하다. 이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공공테니스장과 고급화된 사설 테니스장으로 이용자들이 양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고액을 써낸 업체가 운영권을 확보하는 서울시 입찰 방침에 따라 낙찰가는 매년 치솟고 있고, 이는 코트 대관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지만 용인 가능한 적정 범위를 넘어서고, 지불한 비용만큼의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몇몇 동호인들이 각 구에 민원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그룹화된 방식으로 공론화되지 않다 보니 공무원들의 대응 역시 소극적이다. 여러 문제들이 수면 위로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수익성만을 위한 운영보다 테니스 저변을 확대하고많은 이들이 이용 편의성과 개방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적인 개선을 모색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