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큰롤 인생>에서 Fix you를 부르는 프레디 할아버지를 보며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
(네가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때)
위의 가사와 함께 노래는 시작된다. 바로 영화 <로큰롤 인생 (원제: Young @ heart)의 마지막 장면으로, 프레디 니들 할아버지가 산소 통을 매단 채 노래를 나직하고 담담하게 부르시는 모습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생활이 지루하거나, 내가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가 그 장면을 보고, 또 본다.
이미 모든 것에 초연하신 듯한 프레디 할아버지의 표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느끼는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비록 문화권은 달라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 비슷하다. 그렇기에 프레디 할아버지의 노래를 듣는 관객석의 사람들의 표정은 내가 영상을 볼 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e8LGMPTtE
영화는 죽음을 곧 앞두고 있는 어르신들께서 익숙하지 않은 록 음악에 도전하며 합창을 하시는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참 좋아하던 영화관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자취를 감춘 시네코드 선재에 혼자 이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당시 대학교 새내기였다.
꽃띠를 돌돌 감은 그 나이에 영화관의 조용한 분위기에 녹아들며 나는 내가 원하는 노년의 모습을 구상해 보았다. 또한, 내가 바라는 생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순간, 돈, 지위, 타인의 시선 등 우리가 평소 대단히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故 장영희 교수님께서 이에 관해 글을 워낙 잘 써주셔서 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를 발췌해본다.
매우 인상 깊게 읽어 살면서 내가 두고두고 새기며 사는 말이다.
팔 등에 항암주사를 꽂고 병상이 열두어 개 놓여있는 1일 입원실에 누워 있으면 돈 많은 부자나 대학교수나 정육점집 아줌마나 결국 생명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마치 풍랑 속에서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처럼 동지의식을 느낀다.
서로 싸온 음식을 나누고 아픈 할머니를 따라온 손녀를 함께 돌보고, 처음 본 사람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답하며 병실은 늘 떠들썩하다.
그곳에서 우리들의 화제는 이전에 일상적으로 관심 있던 것들_ 누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지, 누가 어떤 자리로 승진했는지, 정치권의 아무개는 왜 그런지, 누구 자식이 어느 대학을 갔는지, 등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 한다.
서로의 병세가 지금은 어떤지, 지난번 CT 촬영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물론이고, 이전에는 너무나 가치 없고 사소하게 느껴지던 일, 예컨대 어디에서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에 가면 더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있고,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하면 하루를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지, 어떤 책,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는지 등에 대해 얘기한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함께 오늘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 그러니 우리는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교우들이다.
출처: 한국일보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21) 서강대 영문과 교수 장영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0508080092061747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방향을 잃고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채 살기가 쉽다. 그래서 영화의 어르신들께서 당신들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마주하며 생의 새로운 불꽃을 터뜨리시는 모습은 동서양 문화를 다 떠나서 깊은 감동이 있었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I will try to fix you.
(빛이 길잡이가 되어줄 거야.
너를 따뜻하게 해 줄 거야.
내가 널 어루만져줄게.)
위 문장은 내가 Fix you의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이 가사처럼 나도 살면서 이 세상과 많은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한창 블로그와 브런치에 애정을 듬뿍 주며 가꾸고 있는데 내 글만 주야장천 써 대지 않으려 한다. 다른 분들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자주 들어가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며 마음을 나누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말과 글의 힘이 아주 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댓글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을 때의 기분을 잘 알고 있으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와 같이 별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댓글은 차라리 달지 않고자 한다.
마음이 온기를 전하며 다가왔을 때 내가 받은 그 느낌을 오롯이 간직한 채, 나도 타인의 마음을 감싸주는 댓글을 많이 달아보고 싶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밝혀줄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