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년 전의 오늘, 네팔에서 즐긴 홀리(Holi) 축제

'색채의 축제(Festival of Colors)', 홀리를 추억하며

* 매일매일 영어공부와 인생공부하며 꿩 먹고 알 먹는! 알짜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Happy Holi!


홀리 축제 날, 사람들이 서로에게 외치는 말이다. 홀리란, 인도와 네팔 같은 힌두교 문화권에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고 기뻐하는 축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힌두교 국가가 아닌 국가에서도 규모 있게 축제가 펼쳐지기도 한다. 



홀리는 물을 뿌리고 여러 가지 색을 다른 사람들에게 칠하기에 '색채의 축제(Festival of Color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Coldplay의 Hymn for The Weekend에서 크리스 마틴이 인도에서 홀리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kjpeuMNEk


나는 홀리를 배낭여행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2015년, 인도네시아의 또바 호수를 보기 위해 사모시르 섬에 갔을 때였다. 내가 그곳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의 What's app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가 온갖 색으로 뒤덮인 채 환히 웃으며 친구와 찍은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나도 홀리 축제에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약 4년 후, 나는 오래도록 꿈꿔온 네팔을 가게 되었다. 나는 어떤 곳을 배낭여행 가든지 가기 전 어떤 축제가 열리는지 살피고 간다. 작년 2월 말, 네팔로 향하기 전 조사를 해보니 3월에 홀리가 열리는 것이었다. 



오예! 네팔 여행 중에 홀리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창구 나라얀(네팔의 가장 오래된 사원이 존재한다.)이라는 유서 깊은 마을에서 홀리를 맞았다. 카트만두나 포카라와 같은 대도시보다 소도시나 작은 마을에서 축제를 즐기는 게 제 맛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맞이한 송끄란(태국식 새해맞이 물 축제)도 그랬다.



일부러 시골에서 축제 맞이를 위해 워크캠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축제 당일 날, 트럭 뒤에 나를 비롯한 다른 봉사자들이 탔다. 2012년, 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클렁허이콩(คลองหอยโข่ง)'이라는 작디작은 마을에서의 송끄란 때 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을 만끽했다. 



송끄란 축제를 경험 한 7년 후인 네팔에서 나는 그것과 비슷한 축제한 축제인 홀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차이점은 물뿐 아니라 색깔도 뿌려댄다는 점이다. 아래의 사진을 통해 홀리가 얼마나 역동성과 활력이 넘치는 축제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나는 축제를 참여하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가 방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만큼 축제 때 제대로 놀기 위해서는 적잖은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보아서는 마냥 밝고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홀리 축제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공기 오염: 모닥불을 많이 피우기에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수준이 높아진다. 공기질은 자연스레 나빠져 공기 오염도를 증가시킨다.


2. 소음 공해: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띄우고자 많은 사람들이 폭죽과 확성기를 이용한다. 때문에 유아나 노인들에게 더욱 취약한 소음을 유발한다. 


3. 유해한 화학 물질: 홀리는 이미 상업화되었다.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유독성 강한 색소를 제조하고 있다. 우리의 몸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며 폐기 또한 쉽지 않아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4. 수질 오염: 세계 어디서나 물 부족 현상은 만연해 있다. 인도나 네팔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홀리 날 어마 무시한 양의 물을 사용하며 물 폭탄 세례가 일어나는 일은 모순이다.




이러한 이유로, 물이나 확성기 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한, 화학 물질 대신 꽃이나 과일 등을 이용해 색을 만드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문제점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즐기는 데 몰두한다. 나의 한 미얀마 친구는 '띤잔'이라 불리는 미얀마의 물 축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축제 참여를 전혀 하지 않는다. 미얀마 역시 물이 부족한 국가인데 그러한 성격을 가진 축제를 즐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때만큼은 그저 다 잊고 놀면 되는데 왜 그리 심각하게 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주해야 할 진실은 똑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 가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이렇듯, 그저 '놀고 즐기는 관광객으로서 스쳐가는 일'은 쉬워도, '지각을 가진 채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여행길에 서는 일'은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려하고 밝은 모습의 이면을 보아야 한다. 그때 우리가 책무를 다하는 세계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음에 네팔에 갔을 때 홀리를 또 만나게 된다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사람들을 물들이겠다. 물이나 화학 물질 가득한 색소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봄맞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웃으며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축복을 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확실한 사실은 오늘은 홀리 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외친다.


Happy Holi! 


부디 우리도 그들처럼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는 의식을 곧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와 태국어가 맺어준 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