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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여전히 예전의 나를 기억한다.

공들여 만들어낸 자산이 무너지지 않는 길은 무엇인가


치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시작한 치아 교정은 중학교 2학년이 시작될 즈음에서야 끝났다. 이후에도 유지 장치를 끼는 불편한 생활을 하기는 했다. 넣다 뺐다 하기 정말 귀찮았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전부터 입을 벌려 고개를 올렸을 때 내 입 안의 변화를 감지했다. 교정 직후처럼 가지런한 정렬이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은 시간과 금전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너무나 걱정스러워졌다. 



정기 검진을 갔을 때 원장님께서는 굳이 유지 장치를 다시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 달 전 내원을 했을 때는 말씀이 달라지셨다. 그래서 오늘 장치를 만들기 위한 본을 떴고 20만 원이나 썼다. 아아, 내가 이제껏 치과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마던가. 도대체 내 치아는 얼마짜리인가...!!



치아가 이전에 있던 자리를 여전히 기억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떻게든 그때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실이 말이다. 마치 습관으로 천성을 거르려고 해도, 이전의 나를 쉬이 잊지 못하는 것처럼... 공들인 습관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니 말이다.



이처럼 변화를, 혁신을 이루어내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몸은 여전히 예전의 나를 기억한다. 아주 무서우리만큼... 



내가 그렇게 순순히 떠날 줄 알았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넌 내 손 안에서 못 벗어나!!


라고 말 걸며 발악하는 것 같다.



현재 매일 글쓰기를 비롯해 정리정돈, 독서, 요가, 스쿼트 등 여러 가지 좋은 습관을 차곡차곡 기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 루틴을 죽 이어나가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한다. 10대 때 바꾸어 놓은 치아가 30대가 된 나에게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 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어떤 수단을 쓰던지 간에
낡은 관성대로 살아가려는 나를 물리쳐야 한다.
거부해야 한다.



치아도 A/S가 필요하고, 나도 A/S가 필요하다.

교정을 마친 치아에는 유지 장치라는 해결책이 있다.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습관을 계속 유지할 장치는 무엇일지...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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