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습관'이 불러오는 힘
고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야구 방망이가 퍽 하고 내 얼굴을 강타했다. 같은 반 친구가 휘두르다 손에서 미끄러진 방망이가 허공을 가로질러 곧장 내 미간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 순간의 기억은 없다. 얼굴이 박살 나고 코가 부서졌다. 두개골 안의 뇌 조직이 흔들리고 순식간에 부풀어올랐다. 0.1초 만에 코가 깨지고 두개골 몇 군데에 금이 갔으며, 안와眼窩 두 곳이 다 함몰되었다.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는 사람도 어렴풋이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옷에 붉은 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었다. 한 아이가 벗어 건네준 셔츠로 코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를 틀어막았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원제: 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의 이야기이다. 그는 촉망 받던 야구선수였으나 친구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며 좌절에 빠졌다. 그러나 자신을 일으키고자 매우 작은 습관을 시작으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켜 '습관의 전문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늘 유튜브에서 김미경 강사의 북 드라마 영상을 보았다. 그곳에서 제임스를 알게 되고 습관에 대하여 재정립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습관 리스트를 작성하며 나를 잘 관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커져 있을 때 그 영상을 발견하게 되어 반가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f7UpSpgqQ3U
누구에게나 습관 형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이다. 변화를 싫어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습관을 쌓으려는 것을 뇌가 억제한다니 우리 모두 별 수 없다.
그래도 반복하면 된다. 제임스는 100번만 반복하면 그것은 우리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하여 우선 아래 두 가지를 실천했다.
1. 일찍 잠자리 들기
2. 일어나서 침구 정리하기-> 이 일을 통해 '내 인생이 정리되고 있구나.'하고 느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었다. 그래서 사소한 습관을 늘려야 그것이 더 쌓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매일 1시간씩 근력운동을 했고 30분씩 공부를 했다. 이것을 4년 내내 했다.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자신의 블로그에 메모했고 뉴스레터로 발행했다. 구독자 수가 점점 늘고 책 출판을 하게 되며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매일 중국어 공부를 30일 해도, 50일을 넘겨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바로 80%를 넘어서야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력이 잠복되어 있는 시기를 인내로 버텨야만 복리를 경험할 수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중국어 공부를 365일 했을 때야만 쓸 수 있는 왕관이다.
대나무는 무려 5년간 뿌리만 자란다. 그리고 3주간 30% 자란다. 우리의 성장 형태도 이와 같다. 어제 글에도 썼지만, 글쓰기든 외국어 공부든 일정한 궤도까지 이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만큼 나쁜 습관의 벽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나만의 아주 작은 1퍼센트 습관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몇 시에 어느 장소에서 이것을 할 거야.'라고 적어두어야 한다. 이러한 작은 습관들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매일 1퍼센트씩 나아진다면 1년 후에는 약 37배 성장한다.
대다수가 이루어야 한다는 목표로부터 압박감을 느끼지만, 처음에는 그것을 아래와 같이 바꾸면 훨씬 낫다.
매일 자기 전 책을 읽겠다. -> 한 페이지를 읽겠다.
매일 요가를 하겠다. -> 매일 요가 매트를 깔겠다.
매일 문제집을 풀겠다. -> 매일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치겠다.
매일 아침 5km를 뛰겠다. -> 매일 운동화 끈을 묶겠다.
아, 그러면 정말 할만해진다. 보고만 있어도 살 것 같다!!
1. 채식: 채식을 실천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1년간의 아시아 배낭여행이 계기가 되었는데 2016년 초에 시도했다가 사회생활을 다시 하면서 결국 포기했다. 집에서는 가능해도 직장을 다니면서 하기에는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도 2018년 초부터 다시 의지를 내어 시작했다. 채식을 한 뒤 나의 몸은 훨씬 가벼워지고 맑아졌다. 원래도 차분한 성향이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2. 매일 표정 연습: 대학생 때부터 워낙 생활화했다.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기도 했고, 학교 밖을 나가서도 관광업계에서 일하고 싶었기에 표정 연습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수기에서 물을 뜨는 순간이나 모니터를 보는 순간에도, 샤워를 하면서도 표정을 종종 가꾼다.
입 모양에 변화를 주며 '아에이오우' 소리 내어 발음하고, 볼에 바람을 가득 넣는다. 관자놀이에 '스마일 버튼'이 있다고 생각하며 활짝 웃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어색함 1도 없이 하회탈처럼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면접을 가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3. 매일 긍정적인 언어 사용 (불평, 불만하지 않는다.): 말은 운명을 좌우한다. 타인에게 하는 말은 물론, 내가 나의 무의식에 주입하는 말 역시 영향이 크다. 나는 직장과 같은 장소뿐 아니라, 은행이나 상점 등 어디를 가더라도 모르는 사람에게 밝게 인사말을 건넨다. 그리고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 갔는데 차장 직책을 맡으신 여직원분이 나의 업무를 도와주신다. 그러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참 쉽지 않은 것인데, 이렇게 계속 계시는 건... 참 대단하신 거네요."와 같은 말을 전해드린다. 그러면 내 손에 치약 하나라도 꼭 쥐어 주신다.
치약을 기대하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분의 하루도 특별해질 뿐 아니라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4. 매일 글쓰기: 신생 습관이지만, 정말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계속 데리고 가고 싶은 아이다. 어제도 글에서 강원국과 가상 대화를 나누며 한 달간 매일 글을 쓰며 경험한 나의 놀라운 변화에 대하여 적었다.
한 달이 이럴진대, 이것이 모여 반년이 되고, 일 년이 되면 어떨까. 그리고 널리 내다보고 있는 삼 년까지 간다면...? 인천공항에서 출국 직전, 여행 중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지를 기대하는 마음처럼 설렌다!
내가 요즘 시도하고는 있지만, 아직 몸에 깊숙이 새기지 못한 습관들이다.
1. 독서: 책을 좋아하지만, 매일 같이 읽는 습관은 아직 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단 몇 페이지를 읽더라도 손에서 책을 붙잡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2. 필사: 지난 한 달간 짧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았다. 예전부터 필사가 매우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매일 해보니 역시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꼭 해보고 싶었던 토지 필사에 도전하고 싶다. '매우 사소한 습관'과 함께라면 그 방대한 분량도 마무리해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3. 일찍 일어나기: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마력이 커서 아직 못 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언가를 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생산성에 탁월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시간을 조금씩 당기면서 나만의 미라클 모닝 시스템을 천천히 구축해보고 싶다.
4. 운동: 한창 춤을 출 때는 매주 꼬박꼬박 몸을 움직였다. 2년 가까이 스윙, 살사, 줌바 등 다양한 춤을 추었다. 하지만, 퇴근길에 경미한 교통사고를 경험한 이후로 중단했다. 그러다가 발레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발레 학원을 등록했는데 원장님과 강사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그만두었다. 여러 이유로 꾸준히 하기가 이토록 어렵다.
요즘에는 집에서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느새 나의 몸은 운동 안 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리고 말았다. 다시 몸을 깨워야 한다. 아주 짧게라도.
사실 이것 말고도 갖고 싶은 습관들이 참 많다. 그만큼 사소하게 실천해나가야 할 거리가 다양하는 것이다. 그 말을 달리 하면, 내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다는 의미가 된다. 생각하기 나름이니 '언제 이걸 다 하나'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아야겠다.
오늘 나도 제임스의 뉴스레터에 구독 버튼을 눌렀다. 뉴스레터는 제임스의 아이디어 세 가지, 다른 사람들의 인용문 두 가지, 그리고 우리를 위한 질문 한 가지로 구성된다. (3 ideas from me, 2 quotes from others, and 1 question for you.)
그래서 3-2-1 Thursday newsletter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목요일마다 배달이 온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라는 친구와 함께 매일 1% 씩 성장해 1년간 37배의 복리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하여 링크를 남긴다.
우리 모두 1년뒤인 2021년에는 복리 마법이라는 기적의 산증인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Never miss twice.
If you miss one day, try to get back on track as soon as possible.
(절대 두 번 거르지 마라. 하루 걸렀다면 최대한 빨리 궤도로 되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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