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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를 다녀와

by 운해 박호진

팬데믹 이후 세 번째 나들이는 미루어 두었던 美 西部를 택했다. 미국은 수개월 체류한 적도 있고 LA는 두 번 들렸었지만 서부지역 관광은 처음이다. 미국 서부 여행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4개 주를 둘러보는 코스이다. 인구 4천만에 우리나라 12배의 광활한 면적으로 아흐레 동안 무려 4,000Km를 누비게 된다.

여행에 도움 되고자 잠시 이 땅의 옛날을 살펴본다. 1492년 콜럼버스는 세척의 선단을 이끌고 스페인을 떠나 그해 12월 12일 바하마제도(산살바도르의 작은 섬)에 상륙하였다. 당시 유럽에서는 향신료가 음식과 약품에 쓰이는 대단히 귀중한 물품이었다. 동양에서 중동을 지나 유럽으로 흘러들어 왔는데 그 무역 통로 가운데 오스만튀르크가 버티고 있어 새로운 항로가 필요하였다.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조건 서쪽으로 항해하여 신대륙을 발견한다. 그로부터 120년을 지나 1620년에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보스턴에 정착하였고 1640년까지 수만 명이 건너와 뉴잉글랜드를 건설하였다.

아메리카대륙은 유럽인들에겐 신세계였고 미지의 땅이었다. 이민자들은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원주민을 학살하거나 몰아내고 그 땅을 빼앗은 정복자에 불과하다. 미국은 1775년 독립선언과 남북전쟁(1861~1865)을 거치며 국가의 틀을 다지었다. 1830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인디언이주법’을 만들어 인디언 부족들을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노예무역을 통하여 1,5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강제 이송하여 인간 이하의 노동을 강요하였는데 이는 무려 300년간 이어졌다.

184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견된 금, 네바다주의 은, 애리조나주의 구리 LA 부근의 석유 등 광물 자원은 서부 개척 시대를 열었다. 사막의 선인장, 역마차, 카우보이, 무법자, 총잡이, 보안관 등이 등장하는 개척 시대를 묘사한 서부극은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반복하여 보아와 마치 내가 겪은 일인양하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큰 부를 쌓았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승국이 되었다. 본토가 침략당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써 전후 산업과 금융은 세계를 선도하였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인권 민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맹인모상(盲人摸象)이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토막 지식으로 어찌 미국을 말하겠는가. 다시 오늘의 여행지로 돌아온다. 미국 서부의 금융 중심 도시 샌프란시스코,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사막 위에 건설한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술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등은 익히 아는 바대로다. 돌아보며 받은 문화충격(Culture Shock)은 대단하다. 도시를 떠나보자. 캘리포니아주의 남부는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미국 제1의 농업주가 되었다. 포도 레몬 살구 등 당도 높은 과일, 아몬드 피츠타치오 등 견과류와 밀, 벼 등은 미국을 넘어 세계로 수출된다. 그러나 그 밖의 지역은 대부분 황량한 사막이다. 고속도로는 동쪽으로 달린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달려도 끝없이 사막이 이어진다. 그러나 자연이 만들어 낸 천혜의 관광자원이 그곳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미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하다. 수령 2,700년의 세쿼이아 나무 외에도 수백 년을 살아온 아름드리 수목들이 경이롭다. 압권은 739M의 요세미티 폭포다. 까마득히 높은 산봉우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신기할 따름이다. 자이언캐니언의 장엄한 암봉들, 브라이스 캐니언의 첨탑과 아치, 성 모양을 이룬 기암괴석 들,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 너머로 산재한 붉은 바위산, 5천만 년 동안 침식 작용으로 깎이어 생성된 모뉴먼트밸리는 바라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압권은 신이 만든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앤털로프 캐니언이다. 오랜 시간 빗물이 스며들어 바위를 깎아 만들어낸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과 그 틈으로 들어온 빛은 신비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지막 명소는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협곡 그랜드캐니언이다. 콜로라도강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이곳은 가히 충격적이다. 동서 길이 447km, 계곡의 깊이 1,600m에 폭은 6km에서 곳은 30km에 이른단다. 선명한 단층은 7천5백만 년 전 바다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우스림 전망대에서 바라보고 섰노라니 이구아수 폭포의 장엄함이 떠올라 비교된다.


며칠 동안 돌아보며 느낀 점, 솔직히 매우 부럽다. 저 많고 많은 사암 바위산 중에 하나만 우리 땅에 옮겨오면 당장 관광 명소가 될 텐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차피 놀리는 땅, 사방으로 시야 닿는 끝까지의 황무지를 대한민국에 할애해주면 안 될까. 그러면 희망자 1백만 명쯤 이주시켜서 실리콘밸리를 두 개 더 만들고 라스베이거스만 한 도시도 세울 텐데. 미국 교민이 270만 명이라는데 그들의 경험과 힘을 보태면 그보다 더한 것도 이루어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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