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당황하고 모면하려 서둘다 또 실수하고. 오늘 도시의 미아가 될 뻔하였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정기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이동 방법과 교통편을 검색한다. 서울역 14번 출구 1분 거리, OO교육센타 6층, 13시30분 시작. 예전 행사 때에 가본 곳이다. 지하철은 4번 바꾸어 타고서 2시간 10여분 소요. 광역버스는 1시간40여분 소요. 버스를 택한다.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5000A, 또는 5000B번 타고 가서 ‘서울역환승센타’에서 내리면 된다. 두 시간쯤 여유 두고 집을 나섰다.
사달은 엘리베이터 타고서부터 시작되었다. 분명 1층을 눌렀는데 제대로 접지가 안 되었는지 위로 올라간다. 상층에서 타는 사람하고 인사를 나누면서도 머쓱하다. 족히 5분은 허비하여 잰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운행정보 안내판을 보니 광역버스 언제 오는지 운행 정보가 없다. 순간 판단으로 동백역에서 경전철로 몇 정거장 이동하여 타는 게 빠를 듯하였다. 예전에 버스를 타보니 아파트 단지마다 둘러서 가다보니 동백지구를 빠져나가는데 20분 넘게 걸린 경험이 있다. 동백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에 도착하는 순간 열차가 막 출발해버렸다. 다음차를 기다리며 천천히 검색해보았다. 어라, 좀 전에는 없더니 광역버스가 1분 후에 아파트 정류장에 도착한다는 정보다. 괜히 바꾸었나 싶다. 우리아파트 정류소가 종점에서 가까운 곳이라 사전 정보가 없다가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에 정보가 뜨는 걸 깜빡했었다. 어쩔 수 없다. 소요시간과 코스를 보니 강남대역에서 환승하는 것이 버스 정류장까지 도보 거리도 가깝고 서울역행 버스도 세편이나 있어다. 횡단보도를 지나자마자 2층버스가 다가온다. 달려가 냉큼 올라탔다.
2층 창가에 앉아 잠시 졸다가 눈을 뜨니 고속도로를 벗어났는데 아무래도 전에 지나던 거리가 아니다.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두리번거리다 차창 밖을 살펴보니 강남역정류소를 막 지났다. 그제야 차내에 게시된 운행코스를 보니 5003먼 버스다. 잘못 탄 것이다. 버스는 잠시 후에 양재를 지나서 다시 용인으로 돌아간다. 다음 정류장에서 무조건 내렸다. 당황하니 네거리 이정표들을 보아도 방향 감각이 없다. 지도 앱을 열어보니 강남역과 양재역 중간 지점이다. 짐작으로 강남역에서 2호선타고 사당역에서 4호선 환승하면 빠를 듯하였다. 점심 식사 시간이라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바삐 걸어갔다. 지하철 5번 입구로 내려가서 2호선 탑승구를 향해 뛰다시피 걸었다. 한참을 가도 계속 안내판만 나오고 승강장은 안 보인다. 신분당선역 지하상가가 끝없이 뻗어 있다. 강남역이 처음인 촌로는 무척 당황스럽다. 등에 땀이 베인다.
겨우 도착하여 카드를 체크하여 역으로 진입한다. 아차! 급한 마음에 광역버스 탈 때에 사용한 신용카드를 터치하였다. 무료 승차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지하철을 돈 내고 타보자. 사당역 4호선 승강장에 도착하니 열차가 막 도착한다. 거의 빈 열차다. 타려고하니 차내의 불이 꺼진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당역이 종접인 열차다. 아니었으면 무심코 타고서 헤맬 뻔하였다. 찬찬히 살펴보고 반대편 선로의 열차를 탔다. 미리 검색해둔 ‘빠른 하차 9-3’으로 승차. 이미 1시가 지나고 있다. 내려서 급히 가면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닿으려나.
하차하니 눈앞에 출구 안내 표지가 있다. 우측은 1번 출구 방향, 좌측으로는 12,13 출구이다. 좌측으로 갔다. 12, 13 근처에 14번 출구가 있으려니 했는데 없다. 급한 김에 13번 출구(숙대방향)로 나갔다. 좌우의 거리가 생소하다. 서울역 방향인듯한 쪽으로 가 봐도 내가 갈 빌딩도 14번 출구도 안 보인다. 순간 미아가 된 기분이다. 혼란스럽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원점에서 찾아보자. 안내 지도를 살펴도 14번 출구 표시는 없다. 12번으로 가려다가 집사람이 늘 핀잔하던 말이 생각났다. “ 똑똑한 영감아, 모르면 제발 좀 물어보고 다녀! 입놔두고 뭐하노.” 그래 물어보자. 바삐 걷는 젊은이를 붙잡고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여주며 물었다. “미안한데 내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방향감각이 없어요.” 지도를 보자말자 1번 출구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세요.”한다. 얼마 안가서 14번 출구가 나타났다. 나와서보니 13번 출구로 나왔을 때 몇 걸음만 더 걸어 왔으면 보이는 곳이다.
바쁘면 엘리베이터도 느려터진다. 층마다 다 선다. 6층에 도착하니 조용하다. 10분이 지났으니 행사는 벌써 시작하였다. 참석자 명부에 서명하고 자료를 받아서 살금살금 맨 뒷자리에 앉았다. 예상보다 많이 늦었다. 그제야 비 오듯 쏟아진 땀을 훔친다. 처음 계획대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광역버스를 탔더라면 참석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차 마시는 여유도 가졌을 텐데. 헤매고 다닌 바보짓을 누구에게 이야기 하랴. 스스로가 밉다.
나이 탓인가. 아니다. 아내 말처럼 몰라도 아는 체 하고 잘난 체하고 짐작한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외고집 탓이다. 인생길도 가다가 헷갈리면 물어서가자. 다만 죽음으로 가는 길만은 묻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