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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문학수업에 다시 참여하며

by 운해 박호진

관심 가진 일을 다시 시작하거나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일 년간 휴지기간을 가졌던 복지관의 문학수업에 등록하여 다시 수업에 참여한다. 글과의 다시 만남, 다른 이들의 삶과 생각을 들어보는 멋진 수업이다. 같이 호흡하며 글을 읽고 듣는 수업이니 무시로 읽는 책보다는 현실감이 있고 생동감이 있다. 서로 격려하며 박수치고 환호하고. 다들 문학청년이 되고 관객이 된다. 요즈음 수업 분위기가 어떠한지, 어떤 이들이 함께하는지 궁금하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저런 일로 바쁘게 지내다가 1월 중순에야 생각이 떠올라 황급히 복지관의 기흥 아카데미를 검색해보니 아뿔싸 모집기간이 지났다. 열흘을 더 기다려 추가 모집 첫날에 문학수업을 문의하니 다행히 아홉 명까지 등록이 가능하단다. 추가모집은 온라인으로 불가하고 창구로 직접 가야한다. 우선 문학수업에 등록을 하고 예전에 듣던 일본어 중급과 여행영어, 하모니카 수업 등도 잠깐 생각하다가 관두었다. 하나라도 충실히 해야지 괜히 여러 과목에 걸쳐놓으면 하나도 제대로 안될 성싶어서이다. 복지관에 일 년 만에 방문하였으나 낯설지 않다. 식권을 사서 혼자 외식하는 호사도 누려보고 복지관 사거리 노점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곶감도 두 봉지 사들고 귀가하였다.

수업 첫날, 일층에서 민 선생님과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누었다. 조금 일찍 교실에 들어섰는데 예전에 같이한 이가 환하게 맞아주어 덜 어색하다. 그래도 우물쭈물 맨 뒷자리에 앉았다. 한분 두분 들어서며 금세 교실이 꽉 찬다. 수업에 나온 사람들을 살피며 기대가 크다. 무려 스물세사람. 전에 같이 수업한 분들이 여섯이고 새로 시작하는 분들도 대여섯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남정네가 열넷이다. 3년 전 처음 수업들을 때는 한둘 이었는데... 그나저나 글 쓴걸 미리 복사 안하기 다행이다. 예전에 수업 전에 복사하면서 매일 혼자 점을 쳤었다. 오늘은 열둘? 아니면 열 넷? 복사물이 남으면 버리기도 아깝거니와 참석자가 적으면 괜히 미안하여 부러 우스개도 하고 글참견 말참견도 했던 기억이 난다.

새로 참여하는 이들의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모두들 기대가 크다. 매주 한편의 글을 쓴다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되겠지만 익숙해지면 글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나도 일 년 쉬는 동안 한편도 안 썼으니 이 수업이 소중한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수필은 스스로의 삶이나 생각을 글로 엮어내는 것이다. 쓴 글을 수업 시간에 읽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을 듣는 것은 자기 글을 다듬는 좋은 기회이다.

나는 고향을 다녀오며 만난 이들의 인연을 중심으로 글을 썼다. 다섯 스토리를 욕심껏 다 담아내다보니 너무 길었다. 시간이 부족하여 글을 발표 못한 분들께 폐를 끼친 셈이다. 수업이 끝나자 반장님께서 먼저 다가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놀랍게도 중학교 선배님이시다. 놀랍다. 먼 곳에서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다니. 야호! 든든한 빽이 생겼으니 앞으로의 수업 절반은 내가 접수한다.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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