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기억상실인가, 경도인지장애인가
휴대폰이 없어졌다. 거실, 주방, 서재를 다 살펴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조금 전에 뒷산 다녀오며 친구와 통화도 하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새 길에 떨어뜨릴 일도 아니고. 스마트위치의 “내폰 찾기” 기능으로 신호를 보내어도 반응이 없다. “잘 찾아봐“하는 아내 소리에 내가 뭘 놓친 거지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차 내 바지! 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던 게 생각났다.
야단났다. 세탁실로 쫒아가니 세탁기가 돌면서 쿵쾅거린다. 긴급 정지 버튼 작동! 얼른 세탁조 문을 여니 물을 흠뻑 먹은 내 바지 주머니에서 파란 불빛이 보인다. 반가움에 끄집어내어 응급조치로 전원부터 껐다. 아내가 산에 다녀와 바지에 먼지가 많으니 곧장 세탁실로 가서 살며시 벗으라했고 그대로 세탁기에 집어넣은 것이다. 누굴 원망하랴~ 평소처럼 운동복 옷걸이에 걸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어이가 없다. 건망증인가, 어째 이런 일이!
아내가 아들한테 전화하여 이른다. 아들은 예전에 OO전자에 근무하였기에 전자제품이나 전화기에 대하여 지식이 풍부하다. 요즘 전회기는 물속에 1시간 담가 놓아도 방수가 되니 별 탈은 없단다. 그러나 세탁기 속에서 돌면서 받은 충격으로 충전 단자 등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햇볕에 잘 말리란다. 그러면서 아빠 폰처럼 몇 년 지난 모델은 공짜 폰으로 판매하니 걱정 말라 한다. 두어 시간 후에 전원을 켜니 전화기가 정상 작동을 하였다. 다행이다.
외출할 때마다 아내가 나에게 챙기는 것이 있다. 휴대폰과 자동차 열쇠 가져가느냐고. 주차장까지 가서야 차 열쇠가 없어서 돌아서는 일이 자주 있었다. “늘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더니 나올 때는 왜 잊고 나와?” 아내 핀잔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번은 아내와 서울로 가면서 전화기를 잊고 나섰다. 전철역에서 경로 검색하려니 전화기가 없다. 집에 가지러 가잔다. “괜찮아, 전화 올 일도 없어.”라는 말에 아내가 “종일 전화기만 들여다보는 양반이 서울까지 1시간 넘게 심심해서 어쩌누?”한다. 기흥역에서 환승한 후에 아내가 슬며시 자기 전화기를 내게 쥐어준다.
며칠 전 일을 잠깐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떨 땐 영 기억이 안날 때도 있다. 아내가 그즈음의 정황을 장황히 설명하면 불현 듯 기억이 나곤 한다. 또PC작업을 하거나 TV를 볼 때에 누가 나보고 뭐라 하여도 예사로 듣고서 나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다가 아내한테 혼(?)난 적이 더러 있다. 소음성난청 탓도 있지만 평소 남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쉽게 잊어버리는 버릇이다.. 며칠 전 일을 기억 못하는 것과 금방 이야기한 것을 귀 기우리지 않은 것은 확연히 다른 상황인데 한데 뭉쳐서 귀머거리영감, 치매 영감 취급을 한다.
정말 치매 전조인가? 두어 달 전에 보건소의 인지능력 검사를 받았다. 몇 가지 상황을 일러주고 나서 시시콜콜한 다른 질문을 이어가다가 처음의 내용을 말해 보란다. 전체적 맥락은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숫자가 헷갈린다. 큰 문제는 아니나 단기 기억에 장애가 있다고 했다. 다시 해보자고 하니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걱정 말라 했다. 돌아와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역시 검사가 정확하구먼!”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건망증은 집중력 저하나 노화 과정에서 증가한다. 건망증 자체는 질환으로 보지 않아 특별한 진단/검사를 하지 않지만 건망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으며 치매 초기 증상과 감별하기 위해 각종 검사가 필요하단다.
늘 만나는 사람의 이름이 생각 안 나는 일은 허다하고 일정을 메모해두고서 까맣게 잊어 약속을 어긴 적도 있으며 아내의 부탁 말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간혹은 달력을 빤히 보면서 요일과 날짜를 헷갈려 말하기도 한다. ‘나이 탓이겠지’라고 자위하면서도 치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몸 건강 자랑할 때가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단, 주식 시세 들여다보며 잔머리 굴리는 것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