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정원

커피향과 봄꽂이 가득한 카페

by 운해 박호진


아침 식사가 끝나면 커피를 내린 찻잔을 들고 정원으로 향한다. 구수한 커피 향과 화사한 봄꽃들의 생기가 잘 어울리는 카페이다. 엔틱 탁자에 마주앉아 따뜻한 찻잔을 감싸들고 꽃들과 인사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정원이니 카페니 하면 다들 궁금해 하는데 실은 화초 가득한 베란다에 아내가 붙인 애칭이다.

안방 앞 베란다에는 비교적 큰 화분들을 놓아두었고 거실 앞 베란다에는 노랑 빨강 꽃들을 피운 작은 화분들이 화분대에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베란다 폭이 2m로 넓은 편이라 한 가운데에 주철로 예쁘게 만들어진 녹색 탁자와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새로 맺은 꽃 봉우리랑 밤새 움튼 잎사귀도 살피고 창밖 아래로 펼쳐진 아파트 정원의 봄기운도는 수목들도 감상한다. 둘이 마주 앉아 손주들 이야기 나누며 하루를 여는 일상이다.

5년 전 이사를 결정한 후에 아내는 애써서 기르던 화분들을 거의 다 처분하였다. 시세차이 때문에 창원 살던 아파트보다 아무래도 평수를 줄여야하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애지중지 하던 화분 몇 개만 남기고 친구나 이웃에 나누기도하고 더러는 폐기하였다. 이사할 곳을 찾아 아들네 가까운 지역을 헤맸으나 평수를 많이 줄여도 난감. 점점 남하하여 용인 동백까지 후퇴(?)하였는데 창원 아파트와 동일 평수를 큰 보탬 없이 마련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아내의 화초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다. 시장을 가나 마트를 가나 꽃 매장부터 달려간다. 다시 모아 가꾸고 꺾꽂이로 늘린 화분이 이젠 60여개에 달한다. 매일 들여다보며 잎을 따주고 분갈이하며 정성을 다하니 색색의 꽃들을 피워 화답한다. 겨울을 이기고 하얀 꽃을 피운 목화며 저절로 움터서 봉우리 맺은 파프리카, 지극정성으로 살려내어 애지중지하는 별모양 핑크빛 꽃의 펜타스, 빨간 꽃을 앙증맞게 피워낸 기린초, 분홍빛 화사한 제라늄 등.

그러고 보니 모두가 아내를 닮은 듯 자그마한 녀석들이다. 낯선 곳으로 이사와 정붙일 데 없는 아내를 생기 돋게 하였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하루를 시작하는 정원 카페, 구수한 커피향이 퍼지는 한쪽 벽에 걸린 빛바랜 액자, 그 속에 40대 젊은 날의 아내가 단정히 앉아 미소를 띠고 있다.

참 열심히 살아온 내 여인이여.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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