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 탈출
두어 달 전부터 부쩍 귀가 안 들린다. 아내가 귀머거리영감이라 놀려도 내 대답이 늦어서 그러려니 하고 예사로 듣고 넘겼는데 최근엔 스스로도 잘 안 들린다는 것을 느꼈다. 4월초 친구들과 만남이 있었는데 전에 없이 못 알아듣는 대화가 많다.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다니, 정말 보청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다! 잘못된 인식인진 몰라도 상 노인네 반열에 드는듯하여 암울하다. 온라인 검색을 하여 보청기에 대하여 공부하고 업소 한곳에 상담예약을 하였다.
다니다보니 보청기란 간판이 전에 없이 많이 보인다. 병원이 밀집한 상가는 한 건물에 세 곳이나 있기도 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니 보청기 수요도 많은가 보다. 집 가까운 보청기업소에 들렀다. 손님이 더러 있고 분주한걸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듯하여 용기가 났다. 간단한 설문지 작성 후에 방음실에서 청력 검사를 한다. 삐이~ 뿌우~. 기계음을 보내며 조금이라도 들리면 버튼을 누르란다. 평소 건강검진 때의 검사보다는 훨씬 많은 단계의 음으로 검사한다. 마지막으로 글자를 읽어 주며 따라 말해보란다. 헷갈리는 발음이 많다.
컴퓨터 화면에 검사결과 그래프를 띄워놓고 설명을 한다. 30~40%의 청력 손실이 있고 특히 고음역대에서 많이 나쁘단다. 여러 가지 형태의 보청기와 장단점을 설명하고는 한번 착용해보란다. 놀랍다. 갑자기 온갖 소리가 다 들린다. 내 귀가 나쁘긴 나빴나 보다. 효과는 있는데 선뜻 결정하기엔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사용과 관리에 대하여 상세히 물어보고 다른 곳 상담을 받아보고 다시오마했다. 며칠 뒤에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곳으로 또 상담을 갔다. 상황은 비슷하고 가격은 더 비싸게 부른다.
지난주 초, 처음 예약한 업소를 찾아 다시 상담을 받았다. 세 번째 상담이니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 상담 중에 이상한 현상을 알게 되었다. 여태껏 왼쪽 귀가 정상이고 오른쪽이 불편하였는데 세 곳 다 왼쪽이 더 나쁘단다. 괜찮던 왼쪽이 갑작스레 나빠지다니!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지난해에 들렀을 때에 “나이 탓입니다. 아주 불편하시면 보청기 쓰시고요.”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다. 역시나 “나이 탓입니다.”한다. 그러면서 귀를 한번 보잔다. 손전등으로 귀속을 보더니 집게로 뭘 끄집어낸다. “면봉 솜이 있었네요.“ 어이없다.
완벽하게 잘 들리는 것은 아니니 언젠가는 보청기를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해들은 아내가 배꼽을 잡는다. “아이고 무딘 영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