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 어떤 답을 제시하는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by 강진영


전편에서 제시했던대로,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 산업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보자. 잠깐 이를 상기시키자면, '지속가능성'의 기본 판단 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 기술적 가능성: 해당 기술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시간적 타당성: 기술이 충분히 빠른 시점에 작동해야 한다. 적어도 '기후 대응'은 수 세대 뒤의 문제가 아니라 2030년, 2050년 같은 명확한 시간표를 가진 현재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 세대 간 정의: 기술이 미래 세대의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이 세 기준을 먼저 적용하고, 이후 다음 기준들을 통해 판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지속 가능성 정의의 모호성 인지: 정의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인지한다.

- 시간적 타당성의 범위 확대: 기술적 가능성에 더해, 사회적 조건 또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 이분법 가정의 한계: 불완전한 해법의 경우에도, 완전한 오답은 아닐 수 있다.


'산업 분야'라고 했지만 또 모든 산업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는 없으므로, 탄소 배출이 높은 소위 '고탄소 산업' 위주로 살펴보자. 특히 그 중에서도 11편부터 13편까지 다뤘던 '에너지'를 제외한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이 그 대상이다.


왜 하필 제조업일까? 대한민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OECD 평균(15.8%)을 크게 웃돌며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 비중이 큰 만큼 온실가스 배출 차원에서도 제조업의 비중은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24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잠정치 기준 2억389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38.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무려 73%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소위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서 나온다.


즉, 오늘날 한국 제조업은 탄소중립을 논할 때 결코 비껴갈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과 같은 고탄소 산업은 기후 대응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럼 각각의 산업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보자.


철강 산업


철강 산업은 오늘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산업이다. 철강은 건설, 자동차, 기계, 인프라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생산량 자체가 방대할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석탄 기반 고로(Blast Furnace–Basic Oxygen Furnace) 방식에 대한 구조적 의존이 크다는 점에서 배출 집약도가 극도로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안은 석탄 대신 전력을 활용하는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EAF) 방식이다. 전기로는 철광석을 직접 환원하지 않고 주로 고철 스크랩을 녹여 재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전통적 고로 공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는 전기로의 비중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크랩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다만 전기로의 핵심은 “있는 철을 다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즉각적인 확대에 한계가 따른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가 일정 기간 사용된 뒤 시장에 회수되어야만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경우 여전히 철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스크랩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즉, 이는 전 세계 자원 순환 시스템 전반과 맞물린 구조적 난제다. 따라서 전기로는 배출 강도를 단기적으로 낮추는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전량 대체의 길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이 한계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스웨덴의 HYBRIT 프로젝트나 한국의 HyIS와 같은 시도들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제강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철광석을 환원하는 데 필요한 전자를 수소가 공급하므로, 부산물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H₂O)이다. 이론적으로는 “무탄소 철강”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현까지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수소의 성격이 문제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블루수소를 쓰면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녹색수소를 쓰려면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수다. 현재 진행 중인 스웨덴의 실증 사례조차 2030년까지 전량 상용화에 이르기보다는 제한적 적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아직 파일럿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력망과 청정수소 공급망이라는 인프라적 토대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수소환원제철은 가능성에 머물 뿐 실제 해법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기술을 시간축에 놓아보면, 지금 당장은 전기로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파일럿 단계에서 가능성을 입증했으나, 대규모 상용화는 2040~205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즉, 서로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제한적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문제는 기후 대응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2030년, 그리고 2050년이라는 명확한 목표 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산업의 전환 속도가 이 시간표에 충분히 맞추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철강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다. 기반 산업이자 고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대체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거나 제약이 뚜렷하다. 시멘트·석유화학 등 다른 고탄소 산업도 전환 난도가 높지만, 철강은 규모의 거대함과 공정의 경직성, 그리고 국제 경쟁성 때문에 그 어려움이 특히 두드러진다.


시멘트 산업


시멘트 산업 역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를 차지한다. 철강과 마찬가지로 건설, 인프라, 주거, 교통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뿌리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소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철강과 달리 시멘트의 배출 구조는 훨씬 더 근본적이다. 단순히 석탄이나 가스를 연소해 고온을 만드는 과정에서만 배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료인 석회석(CaCO₃)을 클링커(CaO)로 소성하는 화학 반응 자체가 CO₂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즉, 철강이 “에너지원의 문제”라면 시멘트는 “물질 반응 그 자체가 문제”인 셈이다.


이 배출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석탄·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소성로에 투입해 1400℃가 넘는 열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배출이고, 다른 하나는 탈탄산 반응, 즉 CaCO₃ → CaO + CO₂라는 화학 반응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배출이다. 후자가 전체 배출량의 약 60~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거나 전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배출의 근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멘트의 대안 기술은 철강보다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안은 대체 연료와 효율 개선이다. 기존의 소성로에 화석연료 대신 폐기물이나 바이오매스를 투입하거나, 전기 가열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이런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강도를 낮출 수 있으나 근본적인 전환이라기보다는 보완에 가까운 접근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클링커 대체재 사용이 있다. 시멘트의 배출 강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클링커를 사용하느냐이기 때문에, 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 석탄재, 천연 포졸란 등을 활용해 클링커 비중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생산 단계에서 CO₂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체재 자체가 산업 구조와 연동되어 있어 공급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철강 산업이 고로를 줄이고 전기로를 늘리면 고로슬래그 공급도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게다가 강도·내구성 등 건설 규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클링커를 유지해야 하는 제약도 따른다. 그래서 혼합재 방식은 효과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부분적 해법이다.


전통적인 포틀랜드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지오폴리머 시멘트탄산화 마그네슘 기반 시멘트 등과 같은 신소재·대체 결합재 기술들 또한 연구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화학 반응 단계에서 발생하는 CO₂를 크게 줄이거나, 심지어는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건설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장기 내구성 검증, 건축법·규제 개정, 산업적 대량 공급 체계 마련 등 극복해야 할 장벽이 너무 많다. 지금 단계에서는 실험적이고 제한적 적용에 머무르고 있으며, 대규모 확산까지는 수십 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체 연료와 효율 개선, 혼합재 활용이 현실적이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려면 결국 신소재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해야 한다. 문제는 신소재 상용화가 2040년대 중후반까지 충분히 진행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철강과 시멘트는 모두 감축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그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철강은 주로 에너지원 전환의 문제로,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기술적 경로가 비교적 뚜렷하다. 반면 시멘트는 화학 반응 그 자체가 배출의 핵심 원인이기 때문에, 신소재 혁신 없이는 근본적 전환이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철강이 “기술적 난제”라면, 시멘트는 “구조적 난제”에 더 가깝다.


석유화학 산업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약 3~4% 수준이지만, 이 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비료, 용제 등 현대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간접적 배출까지 고려하면 영향력은 훨씬 크다. 특히 석유화학은 ‘최종재’라기보다는 다양한 산업의 중간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배출의 귀착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석유화학의 배출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연료 연소에 따른 배출이다. 나프타 분해(naphtha cracking)나 증기 분해(steam cracking) 과정에서 고온의 열을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가 대량으로 쓰인다. 둘째, 원료 자체의 화학적 특성이다. 플라스틱·비료·합성섬유는 대부분 탄소 기반 원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생산 단계뿐 아니라 사용과 폐기 단계에서도 CO₂ 혹은 메탄, 아산화질소(N₂O) 같은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즉, 석유화학은 공정 배출 + 수명주기 배출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가진다.


이 산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 해법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효율화·연료 전환: 기존 분해 공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전기 가열을 도입하는 시도가 있다. 예컨대 ‘전기 크래킹(e-cracking)’ 기술은 나프타 분해로에서 전기를 사용해 고온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배출 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전기로 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철강-수소환원제철과 유사한 인프라 의존성이 있다.


순환경제·재활용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은 석유화학 부문의 핵심 감축 경로 중 하나다.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을 넘어,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을 통해 원료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품질 저하, 수거 체계 부족, 비용 부담 때문에 아직은 전체 플라스틱의 일부만 순환된다.


바이오 기반 원료: 석유 대신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이나 화학제품을 만드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토지·식량과의 경쟁, 공급망 제약이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화와 재활용 확대가 가장 현실적이다. 2030년 전후까지는 전기 크래킹 실증과 일부 상용화, 그리고 플라스틱 순환체계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기반 원료 사용이 병행될 수 있고,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는 대체 원료 기술이 얼마나 성숙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러나 재활용이나 바이오 기반 원료는 구조적으로 공급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라기보다는 “부분적 보완”의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면, 석유화학은 철강이나 시멘트와는 또 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철강은 에너지 전환, 시멘트는 화학 반응 자체의 문제라면, 석유화학은 소재 다변화와 수요 구조의 문제다. 배출 감축은 기술적 전환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소비 패턴과 국제 무역 구조, 폐기물 관리 체계까지 통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대 사회 전반에 너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선택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석유화학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얼마나 빠르게 소비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완전한 해법의 경우에도, 완전한 오답은 아닐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기술적 가능성과 시간적 타당성에 이어, 세 번째 기준인 ‘세대 간 정의’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미래 세대의 기반을 지키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려면, 결국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수소환원제철, 신소재 시멘트, 원료 대체와 같은 기술은 바로 이러한 원칙적 해답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만큼 단순하지 않다.

근본적 전환 기술이 자리 잡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신규 설비 건설과 인프라 확충 같은 부담은 현 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는 불확실하고, 검증·수용·확산 과정 또한 오래 걸린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재생에너지와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전환은 오랫동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으며, 신소재 시멘트와 석유화학 원료 대체 역시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안전성 검증, 규제 개정, 공급망 확충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전환을 강행하면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기 어렵고, 지연시키면 미래 세대의 기반을 해칠 수 있다는 양자택일의 딜레마는 자칫 지금 이 담론을 “완벽한 기술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자”는 소극적 결론으로 흐르게 한다.


익숙한 말 아닌가? 여기서 6편에서 다룬 CCUS의 맥락을 잠시 빌려오자.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만 잘 수거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러나 실제 적용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다. ... 경제성과 확장성에서 뚜렷한 병목이 존재하고 정부의 직접 보조 또는 탄소가격제와 같은 강력한 정책 도입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질적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라는 무대 위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모든 기술이 꼭 완벽한 해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불완전한 해법이라도 일정 기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을 단순한 오답으로 치부할 이유는 없다.


철강은 기술적 난제, 시멘트는 구조적 난제, 석유화학은 수요·소재적 난제라는 서로 다른 형태의 어려움 속에서, 불완전한 해법이라도 지금 당장의 과도기적 역할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 또한, 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CCUS)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포집 효율의 한계, 저장 안정성, 높은 비용 같은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 점에서 CCUS는 근본적 전환 기술이 성숙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과도기적 해법이다.


물론 과도기 기술에 의존하면 현 세대는 막대한 투자와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더해, 미래 세대에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전가될 수 있다. CCUS가 더 성숙해 장기적 해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이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완전하진 않지만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최소한 이 맥락에서는, 종착지는 아닐지라도 전환기의 필수적 버팀목으로서 CCUS를 바라볼 수 있겠다.


기술적 가능성에 더해, 사회적 조건 또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기술적 대안의 방향성' 자체는 이론상 이미 존재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그것을 기술적으로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과, 사회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은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연구와 실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시간적 타당성의 범위 확대’라는 기준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 ‘사회적 조건’, 그중에서도 촉진을 담당하는 경제·금융적 메커니즘을 검토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금융적 대안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능성을 좌우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일 것이다.


요약


철강 산업

전 세계 배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대표 고탄소 산업.

- 배출 구조: 전통적 고로(석탄) 공정 의존 → 배출 집약도 높음.

- 대안: 전기로(EAF, 스크랩 재활용), 수소환원제철(H₂-DRI)

- 제약: 단기 효과 크지만 공급 구조상 한계, 가능성은 있으나 재생에너지·수소 인프라 필수.

- 시간축: 전기로는 단기적, 수소환원제철은 2040~2050년대 본격화.

기술적 난제: 대체 경로는 있으나 전환 속도가 기후 목표와 엇갈릴 위험.


시멘트 산업

전 세계 배출의 약 7%.

- 배출 구조: 화석연료 연소 + 석회석 소성 반응 자체에서 CO₂ 발생(60~70%).

- 대안: 대체 연료·효율 개선, 클링커 대체재, 신소재 시멘트(지오폴리머·Mg 기반).

- 제약: 대체재 공급 한정, 건축 규격 제약, 신소재는 안전성·규제·공급망 미성숙.

구조적 난제: 배출의 근원이 화학 반응이기에 신소재 혁신 없이는 근본 전환 불가.


석유화학 산업

직접 배출은 3~4%지만, 플라스틱·비료·섬유 등으로 간접 영향이 거대.

- 배출 구조: (1) 고온 공정 연료 연소, (2) 탄소 기반 원료의 수명주기 배출.

- 대안: 전기 크래킹(e-cracking), 재활용 확대(화학적 재활용 포함), 바이오 기반 원료.

- 제약: 재생에너지 의존성, 재활용 품질·수거·비용 한계, 바이오매스의 토지·식량 경쟁.

수요·소재적 난제: 기술만이 아니라 소비 구조·무역·폐기물 체계까지 바뀌어야 함.


+ 세 산업은 각각 기술적·구조적·수요·소재적 난제라는 고유한 어려움을 가지며, 에너지 분야보다 전환의 난도가 높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는 불완전한 과도기적 기술(CCUS 등)들 역시 논의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