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에 대한 이야기
규칙을 고치면 게임의 성격도 달라진다. 결국 금융적 대책의 힘은 완전성을 보장하는 데 있지 않고, 불완전성을 관리 가능한 균형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지구 온난화의 핵심 원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의 심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이러한 발상을 제도화한 것이 바로 탄소 상쇄(carbon offset)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자신이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른 주체가 감축하거나 제거한 활동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이다.
탄소 상쇄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정부 규제 아래에서 배출권을 거래하는 의무 시장(compliance market), 다른 하나는 ESG 경영이나 넷제로 실현 같은 자발적 목적을 위해 탄소 크레딧을 사들이는 자발적 시장(voluntary market)이다.
이 가운데 산림을 기반으로 한 탄소 상쇄 방식, 즉 산림탄소상쇄제도는 기업, 지자체, 산주 등이 조림·숲 가꾸기·식생 복구·목제품 이용·산림 바이오매스 활용 등을 통해 얻은 탄소 흡수량을 인증받아 크레딧으로 거래하는 자발적 감축 수단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 산림청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2013년 「탄소흡수원의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15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본격 편입시켰다. 현재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제도를 관리하며, 절차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 사업 등록 신청
- 사전 검증
- 사업 수행
- 모니터링 보고서 제출
- 제3기관 검증 및 인증
- 흡수량 등록
그렇다면 이 제도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를 보기 위해서는 특수한 한국의 사례를 곧바로 살펴보기보다, 탄소 상쇄 제도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무엇보다 흡수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예컨대 20년 계획으로 숲을 조성해 일정량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산불이 발생하면 계획했던 흡수량은 한순간에 무력화된다. 즉, 불확실성이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활동이 추가성을 충족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즉, 애초에 계획되어 있던 활동을 단순히 상쇄제도의 이름으로 수행하며 보상까지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계획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미준수 문제도 흔하다.
한국의 산림탄소상쇄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흡수량과 배출량의 산정 자체가 불완전하고, 같은 산림이 중복 보고되기도 한다. 게다가 나무가 실제로 성장해 의미 있는 흡수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20년 이상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추정 흡수량을 기준으로 크레딧을 발급하고, 현장 실사는 매년 실시되지 못한다. 실제로 2020년 말 기준 등록 사업은 353건이었지만, 모니터링이 완료된 것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특히 거래형 사업의 모니터링 이행률은 5%에 머물렀다.
겉으로만 보면 산림탄소상쇄제도는 그저 흔한 ‘나무 심기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제도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산림순환경영으로, 이는 단순한 나무심기와는 결이 다르다.
대표 참고 문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21), 주요 산림 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2019)
우리나라의 산림은 1970~1980년대에 걸쳐 대대적인 녹화 사업을 통해 조성되었다. 당시 정부는 토양 회복과 생태 복원을 위해 생장이 빠른 수종을 집중적으로 심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공 사례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로 현재 한국의 숲은 31~50년생 나무가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불균형한 연령 구조를 갖게 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주요 산림 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조사에 따르면, 숲은 임령 30년 이전에 가장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이후 나이가 들수록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되면, 나무의 총 부피는 늘어나더라도 고령림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2050년에는 현재 흡수량의 약 3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은 지구상의 주요 탄소흡수원 중 하나이기에, 이러한 감소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정부가 제시한 해법이 바로 산림순환경영이다. 이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숲의 연령과 구조를 고려해 흡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관리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포함한다.
- 숲 가꾸기와 신규 조림 확대
- 미래 기후 조건에 적합한 수종의 선정
- 조성한 숲의 체계적 관리
이 논의를 앞서 제기한 임령 불균형 문제와 연결하면 핵심은 분명해진다.
젊은 나무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반면 나이가 든 나무는 흡수량이 줄어들지만, 목재로 가공해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탄소를 숲 밖 도시로 저장할 수 있다. 즉, 산림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높이려면 단순히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도의 벌채와 목재 활용이 필요하다. 이는 곧 다음과 같은 전제를 따른다.
- 벌채를 통해 노령림을 줄이고, 새로운 조림을 통해 흡수 능력을 재활성화한다.
- 벌채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은 목재제품 생산과 화석에너지 대체를 통해 상쇄한다.
따라서 산림순환경영의 본질은 “숲의 고령화 관리”에 있다. 숲을 그대로 두면 흡수력이 떨어지고, 무분별하게 베면 단기 배출이 늘어난다. 결국 지속적인 순환 구조를 설계해 탄소 저장과 흡수를 병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산림순환경영 역시, 앞서 살펴본 산림탄소상쇄제도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작동하는가라는 문제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수확된 원목 가운데 제재목으로 가공되어 장기 저장에 기여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하고, 실제로 탄소 저장 효과를 내는 양은 고작 5~6%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벌목 과정 자체가 토양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으며, 목재를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가공·유통 인프라 또한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산림순환경영 중심 접근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연기반해법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산림청의 흡수량 산정 방식이 지름 6cm 이상의 수목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 속도가 빠르고 흡수 효과가 큰 어린 나무와 하부 식생은 계산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부가 소나무 등 침엽수림의 쇠퇴를 막고자 적극 관리에 나서는 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활엽수림의 확산과 침엽수림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천이 과정이며, 활엽수는 침엽수에 비해 고령화 이후 흡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숲을 관리하기보다 자연적 전환을 유도하는 편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젊은 나무가 탄소를 잘 흡수할 때까지 자라려면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쓴다는 발상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예상했던 효용을 가져가는 '회수 시점' 역시 산림탄소상쇄제도의 불확실성과 계획 미준수 등의 단점을 공유하기에 나무만 베고 탄소 흡수량은 떨어질 가능성 역시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벌채를 최소화한다면, 한국에서 필요한 목재는 결국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단순한 환경적 부담의 외부화일 뿐이며,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라는 맥락에서는 결코 친환경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더욱이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더 비환경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 논쟁은 한국 산림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숲을 무조건 보존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활용하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어떤 숲을 보존하고 어떤 숲을 이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 산림의 구체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갈라지는 입장 차이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산림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축적된다면, 지금의 논쟁은 무의미하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적 맥락에서 현재 학계의 주류는 산림경영을 통한 관리적 접근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글에선 이 논쟁의 쟁점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독자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 판단된다.
앞서 살펴본 산림경영과 벌채 논의는 철저히 한국적 맥락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면, 보다 보편적인 차원에서 유효한 사실이 남는다.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며, 이를 베어낼 경우 다시 탄소를 배출한다는 기본 원리다. 이 단순한 진실은 결국 전 지구적 맥락에서 우리에게 ‘숲의 확대’라는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숲의 확대는 또 다른 현실적 제약과 맞물린다. 바로 농업과의 트레이드오프다. 숲과 농업은 모두 같은 토지라는 자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늘어나면 다른 한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림 면적이 확대되면 농경지는 축소되고, 이는 곧 식량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단순한 통계상의 감소에 그치지 않고,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연결되며, 특히 취약한 사회계층과 저소득 국가일수록 그 부담을 더 크게 떠안게 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학적 수급의 문제가 아니다. 토지는 사람들의 생존과 생활의 기반이자, 공동체의 권리와도 직결된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탄소 상쇄 프로젝트, 즉 REDD+는 '전지구적 선'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현지 농민들에게는 숲을 보존한다는 이름 아래, 토지 접근권이 제한되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또한 존재한다. 글로벌 다지역 CGE 모델(MAGNET)을 활용해, 탄소 함량이 높은 토지를 우선 보호하는 REDD+ 정책의 효과를 단계별로 적용한 결과를 보면,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S, 보호율 83%)에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40~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몇 퍼센트의 소득 하락이 아니라, 식량·에너지·교육 등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탄소 상쇄가 단순히 ‘지구적 선’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숲 확대가, 정작 그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생존권을 잠식하는 역설적 상황을 낳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숲의 확대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잠식하는 구조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다만, 과연 그 정도까지 숲이 늘어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별개다. 탄소상쇄 시장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는 새로운 숲이 조성되는 속도보다 기존 숲이 벌채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증가한다기보다 줄어드는 숲이 여전히 현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농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숲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숲의 확대 자체가 과도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이 문단에서 '숲을 늘렸을 때의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곧 '숲을 늘리냐 vs 늘리지 않냐' 논쟁으로 이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예컨대 자연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이 직접적으로 맞부딪히는 산림과 농업의 문제를 탐구하며 ‘환경’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보고, 여기에 ‘정의’라는 렌즈—다만 이상론적인 접근보단 좀 더 현실적으로—를 덧씌운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볼 수도 있다.
전편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산림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자연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이 충돌하는 지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숲은 탄소 흡수와 생태 보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경작지이자 생계의 기반이다. 다시 말해, 한쪽의 ‘환경’은 대기와 기후의 안정, 그리고 생태계라는 자연적 환경이고, 다른 한쪽의 ‘환경’은 토지 이용과 식량 접근, 그리고 생존 조건이라는 사회적 환경이다.
앞서 산림을 설명하기 위해 ‘농업’이라는 분야를 끌어왔지만, 사실 농업—크게 말하면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은 그 자체로도 기후변화 대응과 직결되는 독립적 문제 영역이다.
따라서 다음 편에서는 산림에 이어, 농업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기후 변화라는 맥락에서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정면으로 탐구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