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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Sep 18. 2020

승리의 비결

체인지(體認知-體仁智-change)!

승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는 ‘인간 승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말 그대로 한 인간이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꼭대기까지 가서 자신을 이기고 세상을 이겼노라라고 외치는 경지일 것입니다. 수많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처한 상황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믿으며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에게 우리는 ‘인간승리’라는 말을 건넵니다.


역사 속에서도 우리의 삶 곳곳에서도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종종 “인간승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인간승리”를 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가난하고 거친 지중해의 외딴 섬 코르시카에서 한 소년이 태어납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16세에 장교로 임관하게 됩니다. 이 장교의 별명은 수학자였습니다. 빈약하고 왜소했기 때문이었지요. 천재적인 전략과 탁월한 지도력으로 25세에 소장으로 진급하고 30대 초반에 황제로 등극합니다. 유럽의 절반을 제패하고, 교육, 종교, 문화, 법률 등 국가의 초석을 남긴 인물입니다. 누구일지 힌트를 하나 드리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로 유명한 위인입니다. 네 맞습니다. 인간승리 그 자체인 나폴레옹의 이야기 입니다. 어렸을 때는 세계사 시간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여서 몰랐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가 되니 빈손으로 태어나 황제가 되기까지 나폴레옹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황제로서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살았더라면 드라마틱하지는 않겠지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나폴레옹에게도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다가오게 됩니다. 영국에 대한 대륙봉쇄령을 어긴 러시아를 벌하러 갔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원정에 참여한 60만 대군 중 4만 명만이 목숨을 부지했고 그중 1000명 정도만이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호기롭게 3주 만에 이기고 돌아오겠다는 그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습니다. 가지고 갔던 군수품도 떨어지고 추위와 굶주림과 전염병에 모든 것을 잃고 엘바 섬으로 쫓겨납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 후, 기다렸다는 듯이 영국을 중심으로 연합군의 세력이 프랑스를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무능한 루이 18세에게 실망한 세력의 도움을 받아 나폴레옹은 엘바 섬을 탈출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다 얻고, 또 모든 것을 다 잃은 나폴레옹이 다시 한번 운명의 전장 앞에 섰습니다. 아마도 나폴레옹은 엘바섬에서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의 자세로 이날만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방에서 프랑스 국경을 향해 진격해 오는 연합군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나폴레옹은 12만 대군을 분산 배치하게 됩니다. 그 중 7만 여명을 직접 이끌고 숙적을 만나기 위해 서부전선으로 향합니다. 연합군의 영국 장군인 웰링턴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바로 벨기에의 워털루였습니다. 나폴레옹은 연합국 중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아닌 정예부대 영국군을 집중공격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사력을 다해 전략을 짜내고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웰링턴 장군도 나폴레옹도 이 전투에서의 승리가 너무나 소중한 노장들이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서 더 침착하게 지략을 짜내고 지의 적절하게 공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둘 다 이 부분에서는 비등비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워털루 전쟁에서 웰링턴이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이자 거인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투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지휘관도 중요하고 병사도 중요합니다.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진정한 적수로 영국군을 꼽을 이유는 웰링턴이 이끄는 정예부대 병사들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어린 병사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협동하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리더의 명령에 따라주었기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웰링턴 장군은 나폴레옹의 군대를 격파하고 이런 말을 남깁니다. “워털루 전쟁의 승리는 이튼의 운동장에서 결정되었다.” 저는 이 말이 너무나 멋지고도 지혜로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의 공을 병사들에게 돌린 장군의 겸손이 멋집니다. 동시에 승리의 비결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지혜로움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를 졸업한 병사들이 운동장에서 경험한 그 무엇 때문에 워털루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이트니언(Etonians; 이튼의 재학생과 졸업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칭하는 말)이 운동장에서 무엇을 경험했길래 나폴레옹이라는 거인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일까요?

당시 영국 전사자 가운데는 영국의 명문학교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1440년 개교 이래 1815년 워털루 전쟁, 1,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시련 속에서도 60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전통에 승리의 비결이 숨어있었습니다. 운동장에 숨어 있는 그 비결은 체육활동에 있었습니다. 이트니언이라면 누구나 체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합니다. 제일 중요한 교과목이 체육입니다. 뿐만아니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가 되면 의무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축구와 럭비, 폴로, 유도를 포함한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합니다. 체육을 통해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 페어플레이, 책임감, 리더십, 협동심, 용기와 존중 등 다양한 덕목들을 함양하게 됩니다. 이튼은 자신만 아는 엘리트를 원하지 않습니다. 매일 운동장에서 갈고 닦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체화된 덕목들이 핏빛으로 물든 워털루 전쟁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위하고 상황이 어려울 때 선두에 나설 줄 아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이트니언의 자세입니다.


수많은 이튼의 졸업생들이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도 영국을 이끄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제독, 경제학자 케인즈, 세계적인 문호 헉슬리와 조지오웰뿐 아니라 20여명의 역대 영국 수상들도 이튼니언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진정한 시대의 리더로 여기며, 건강한 삶을 살아낸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삶 속에서 진정으로 승리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위대한 리더들의 비결도 운동장 속에 있습니다. 체육과 스포츠 활동의 진정한 가치가 빛나는 순간입니다. 워털루 전쟁의 승리의 비결은 운동장에서 갈고 닦은 스포츠맨십 정신에 있었습니다. 넘사벽이 었던 당대의 영웅 나폴레옹이 모든 걸 걸고 다시 한번 도전했던 워털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결이 운동에 있었던 것입니다.


워털루 전쟁은 영웅 나폴레옹에게 마지막 전쟁이 됩니다. 23년간의 길고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승자는 이트니언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영국군함 벨레로폰호에 실려 대서양 외딴 섬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향하게 됩니다. 외딴 섬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이 다시 외딴 섬으로 가게 되는 인간 승리의 반전이 숨겨진 드라마같은 이야기입니다. 워털루 전쟁에서 프랑스 군의 패배의 원인을 평민출신의 병사들에게 찾기도 합니다. 오랜 전쟁으로 숙련병들을 잃은 나폴레옹의 급한 출정에 준비없이 나선 프랑스 병사들이 상대하기에 이트니언의 몸과 정신은 단단했던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해 진정한 승리를 매일의 삶 속에서 체험하는 작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승리의 서사를 통해 체육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신으로 거듭난 사람도, 매일의 걷기와 등산으로, 수영으로 자신의 삶을 돌보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일상의 승전곡이 변주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신이 우리에게 준, 성공의 필요한 두 가지 도구는 교육과 운동이다. 하나는 영혼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둘은 함께 추구 해야만 완벽함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플라톤의 지혜 속에서 우리는 전쟁같은 삶 속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을 알 수 있습니다. 워털루 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 같은 삶의 승리는 매일의 운동에서 우리가 키운 체력과 심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나약합니다. 나약함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가 되어 더 큰 세상을 보기도 합니다. 매일의 치열한 나 자신과의 전투 속에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걷고, 달리고,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각자의 운동장에서 자신의 몸을 갈고 닦을 때 우리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체인지(體認知; 체육의 중요성을 아는 것)를 통해 체인지(體仁智;체력,덕성,지혜)를 갖춘 사람이 체인지(change;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삶의 진정한 승리의 비결입니다.


그림: 조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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