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지애 Oct 18. 2020

반품도 교환도 안되니까, 운동

운동 고민 상담소 이야기

“운동도 스펙이 되어 버린 시대에 아이의 운동으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운동에 대해서 고민이 있으시면 언제든 자유롭게 문의주세요. 반품도 안되고 교환도 안되지만 우리 인생 운동으로 고쳐서 써봐요. 단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이잖아요!. 고민하며 움직일 때 우리 삶은 행복으로 한발짝씩 다가서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 저의 별명은 병든 닭이었습니다. 밥 먹기가 싫었고 늘 기침을 하고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엄마의 극진한 병수발 덕분에 무사히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중학교는 결석 없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엄마는 장기 결석 없이 학교 다닐 수 있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착한 소처럼 살았습니다. 밥 주면 먹고, 때 되면 학교가고, 집에 오면 자고 있는 둥 없는 둥 조용히 살았습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빼고요. 토요일만 되면 마음도 주변도 소란스러웠습니다. 토요일 3교시 무용시간에도 소가 돼서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음악만 나오면 우물쭈물 되새김질 하듯 한 동작도 삼키질 못했습니다. 타고난 몸치와 박치구나를 처절하게 깨달으며 3년 개근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소처럼 성실했던 저는 엄마의 소원대로 교대에 가게 됩니다. 아마 교대에도 무용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겁니다. 교대 무용시간에도 되새김질 어게인. 좌절 어게인. 소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니다 보니 어느 덧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임용고사 합격 후, 처음 만난 아이들은 5학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체육시간을 좋아합니다. 저는 체육시간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30명 넘는 아이들을 운동장에 모이게 하는 것부터 진땀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는 말을 더욱더 잘 듣지 않습니다. 뻥 뚫린 운동장 한가운데 서면 긴장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교실과 아파트 창문으로 어리바리 초임교사의 체육 수업을 지켜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을지나 않을까라는 상상과 함께하는 체육수업이 잘 될 리가 없겠지요.


졸업만 하면, 발령만 받으면 좌절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체육수업이 저의 발목을 잡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몸치이자 박치인 사람이 체육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가장 못하는 것도 잘 가르쳐야만 하는 숙명, 이것이 제 인생 최대 난관이었습니다. 몸치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체육도 잘 가르치는 그래서 더이상 좌절할 일이 없는 선생님으로 살아갈 것인가? 저는 포기가 아닌 극복을 선택했습니다. 난관극복을 위해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춤으로 뛰는 놈, 나는 놈을 몸치인 제가 이깁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간절한 놈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6시간씩 소처럼 춤을 배우고 췄습니다. 국제댄스스포츠 교사자격증 2개, 대회 입상, 공연 기획 등 어느 덧 저는 춤선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이후로 체육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석사과정을 시작으로 박사 졸업을 하게 됩니다. 제 전공은 스포츠 교육학입니다. 우리가 체육교육이라고 알고 있는 학문입니다. 체육교구와 무용교육 앱을 개발하고 체육수업을 연구했습니다. 체육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 되어 수업컨설팅도 합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체육을 주제로 강의도 합니다. 실기와 이론, 연구와 현장을 두루 섭렵한 체육박사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스포츠 종목들을 배우고 꾸준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담임교사로 16년, 체육전담교사로 4년을 보내며 이룬 성과들입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운동하는 삶이 이룬 성과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몸치도 아니고 어떤 운동도 어떤 도전도 두렵지 않습니다. 운동하는 시간이 가져다준 행복 복리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삶에 두려움은 없어졌지만, 한 가지 큰 후회가 남아 있습니다. 좀 더 일찍 운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큰맘을 먹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운동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소처럼 살아온 지난날을 후회합니다. 좀 더 일찍 운동했더라면 저의 삶은 지금보다 더 일찍 삶의 가치를 깨닫고 행복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저를 꼭 닮은 딸이 평생 운동하는 삶을 살게 되길 기도합니다. 딸도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요. 딸의 딸도 아들도, 또 그 딸의 딸도.... 운동은 큰맘먹고 시작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한 놀이구나를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저처럼 운동이란 것이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으신가요?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뿐 아니라 노력과 재능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아이가 즐겁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신가요? 아이와 함께 평생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되길 소망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이 글은 저와 비슷한 화두로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들을 위한 글입니다. 20년간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실천한 교육적 지혜와 체육학 박사로서 얻는 과학적 앎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경험한 삶에 대한 성찰이 빚어낸 이야기입니다.


운동도 스펙이 되어 버린 시대에 아이의 운동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께 이 글을 전합니다. 태어난 우리의 유일한 목적이자 이유는 살아내는 것입니다. 인생은 반품도 교환도 불가능하지만 수리는 확실히 됩니다. 운동으로! 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면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합니다. 글을 읽으며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를 찾고 운동 실천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언제든 이 곳의 댓글에 여러분의 운동, 아이교육,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남겨 주시면 언니체육쌤으로서 성실하게 함께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주 새로운 고민 해결을 기대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