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도밴드에 빠지다
“원이야, 엄마 평생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살았응께 이제 좀 쉬어도 되겄제?”
춘자는 아들 원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방으로 들어간다. 어차피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통보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이다. 늘 뭔가를 하며 살아왔던 춘자다. 단 하루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다. 아니 입원했을 때조차 읽을 책이며 낙서할 공책이며 노트북까지 가지고 입원한 춘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적은 수술하고 누워있었을 때. 그래, 그때뿐이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던 그때뿐!
무슨 바람이 분 건가.
열 번째 엄마 제사를 위해 작은 오빠네에 갔다 내려오던 길이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른다. 무인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 산다. 그것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젖히는 순간, 춘자는 놀라고 만다.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많이도 박혔다. 누가 일부러 박아놓기라도 한 것일까. 알알이도 박혔다. 서로가 예쁘다고 빛을 낸다.
춘자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 별이 엄마별이니 그런 감상에 젖는 것도 아니다. 과거 우주 속의 별이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야 자신의 눈에 빛으로 보이니 마니 그런 것도 아니다.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은하수가 되어 춘자를 흔들어 놓는다. 춘자는 은하수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간다. 알 수 없는 눈물이 춘자의 언 볼에 길을 만든다. 턱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뚝뚝 춘자의 신발을 적신다.
무슨 바람이 분 건가.
춘자는 이날 이후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배우고 일하고, 일하고 배우고. 정신없이 지나던 세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을 듣지 않는다. 춘자는 자신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음악프로만큼은 꼭 챙겨보던 춘자다.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인지 멈췄다. 아마도 다리 수술로 좋아하던 일을 그만둬야 했을 때였을 것이다. 멈췄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음악에 아무런 감흥 없이 메말라버린 후다. 한여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시멘트 마당이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조금이라도 식혀보고자 물 한 바가지 뿌린다. 뜨거운 태양에 물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춘자는 지금 이 시멘트 마당처럼 쩍쩍 메말랐다.
더 이상 마르지 않도록 단비를 주자. 마르면 또 주고 또 마르면 또 주자. 춘자는 이날 이후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르니 유튜브로 이것저것 듣기 시작한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경연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다양한 가수들이 노래 하나로 승부를 건다.
“이게 뭐꼬? 무슨 프로그램이 이렇게나 스케일이 크노? 내가 안 보던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크게 변해삤나. 옴마야, 여 나오는 사람들 다 뭐꼬? 우째 이래 잘 하노?”
음악 경연 프로에 나온 이들이 자신들만의 색채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춘자는 새삼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에 문 닫고 살았는지 놀란다. 텔레비전도 없이 살아온 게 오래되긴 했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모른다. 산골에만 살던 사람이 서울에 가서는 “옴마야, 옴마야.”하며 놀라는 꼴이다.
춘자는 침을 꼴딱 삼킨다.
“이게 뭐꼬? 응? 3년 전 꺼가? 그기 이래 재밌나?”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보여주는 것만 보던 춘자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어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경연 프로그램 1화부터 보기 시작한다. 아니다. 1화가 시작하기도 전 영상부터 모조리 찾아서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서서히 마음에 크게 남는 참가자가 있다.
“솔도밴드? 도레미파솔, 하는 그 솔?도? 밴드 이름도 재밌네. 옴마야, 저게 뭐꼬. 뭐라꼬? 뭐? 이 노래가 죽은 망자가 가는 길을 표현한 거라꼬? 옴마야, 이기 뭐꼬. 옴마야.”
죽음에 약한 춘자는 솔도밴드가 부르는 노래에 빠지고 만다. 우물 안으로 두레박이 주루루룩 빠지듯 춘자는 솔도밴드에 빠진다. 솔도밴드가 부르는 노래에, 다양한 악기가 연주되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 시공간 속으로 춘자는 빠지고 만다.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어쩌면 자신이 가야 할 죽음의 길에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른다.
춘자는 경연프로그램 마지막 화까지 모두 시청한다. 이름하여 몰아보기? 마지막 솔도밴드가 우승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제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든다. 이미 해는 떠오른 지 한참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