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카페? 이 나이에?
“뭐라고예? 다리를 또 수술 해야 된다고예? 아니 몇 년 전에도 수술 했다 아입니꺼? 여기, 여기, 여기도예. 여는 한 덴데 또 해예?”
춘자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보채는 아이가 된 것마냥 울먹인다. 아니다.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가련한 여인이다. 아니다. 어떻게 몇 년만에 또다시 수술하느냐며 따지는 사람이다.
“안 아프면 안해도 됩니다. 아프다면서요? 그리고 여기 보세요. 여기, 여기, 여기. 자, 정상인 거랑 비교해볼게요. 보이세요?”
그래,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춘자 눈에도 자신의 다리 사진이 정상 다리 사진과 다르다는 게 보인다. 이제 오십다섯인데. 다리가 왜 이 모양인가. 몇 년 전에 발목이며 무릎 수술까지 다 한 춘자다. 수술하고 재활치료까지 받느라 좋아하며 잘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둬야 했다. 이제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뭔가. 젠장.
춘자는 오늘도 솔도밴드 노래를 듣는다. 아는 게 유튜브밖에 없으니 주구장창 유튜브만 찾아서 듣는다. 유튜브로는 영상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미 3년 전에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데다 활동은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해오던 밴드다. 그러다보니 유튜브도 날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신난다.
본 걸 또 봐도 좋다. 노래도 다양한 데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멋있다.
“옴마야, 옷이 마 천사네. 천사. 노래도 어째 이래 잘 하노. 밴드가 다르기는 다르네. 악기가 한 데 어울려지는 게 웅장하다, 웅장해.”
춘자는 자신이 아는 최선을 다해 노래의 좋음을 표현해보려 한다. 쉽지 않다.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춘자다. 들으니 좋다. 노랫말이 좋다. 눈물이 난다. 신난다. 아는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 솔도밴드의 매력에 빠진 춘자에게는 음악적 지식이 없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튜브로 보고 보고 또 본다. 날마다 본다. 이젠 노래도 흥얼거릴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춘자에게 놀라운 사건이 생긴다.
“원이야, 원이야, 이게 뭐꼬? 팬 카페? 이런 거는 우예 하노? 내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나?”
“어? 나도 이런 거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 팬 카페니깐 팬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솔도밴드 좋아하니깐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래? 내도 가입해도 된다꼬? 함보자. 어디? ‘솔도박물관’이라고?”
춘자는 한참을 찾는다. 솔도밴드 팬 카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들뜬 나머지 바로 찾아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춘자는 기계치라는 것이다. 이미 알겠지만 춘자는 음악도 유튜브로밖에 들을 줄 모른다. 다른 사이트에서 ‘솔도밴드’를 검색하면 된다는 것도 아예 생각못한다. 그냥 마냥 저냥 유튜브만 본다. 유튜브로 알게 되어 유튜브밖에 볼 줄 모른다. 그러니 팬 카페 하나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아고, 겨우 찾았네. 어라? 이게 뭐꼬? 원이야, 원이야.”
겨우 찾았다고 좋아하던 춘자가 아들 원이를 애타게 찾는다. 당장 숨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불러댄다. 아들 원이가 허겁지겁 쫓아온다. 엄마가 이렇게 다급하게 부른 적이 언제 있었나? 자다가 다리에 마비가 와도, 다리가 뒤틀리는 통증이 와서 원이를 부르지 않는 춘자다. 아프다고. 아파서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놀라서 엄마 방으로 뛰어오는 원이다. 그러니 원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엄마가 이렇게나 자신을 찾으니.
“엄마,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원이야, 이것 좀 봐라. 뭐 가입하고 해야 된단다. 이게 뭐꼬? 우예 하는 거고? 내가 해도 되나?”
춘자의 말에 원이는 놀란 가슴 겨우 진정한다. 엄마가 아픈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안심한다. 그러다 맥 빠진 목소리가 되고 만다.
“엄마, 팬 카페니깐 당연히 가입해야겠지. 함보자. 이리 줘 봐.”
춘자는 듬직한 아들을 보며 웃는다.
“여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겠는데? 닉네임도 넣고.”
“뭐? 닉네임? 내가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다 아이가. 이런 거 해도 괜찮겠나. 내 나이가 있는데. 팬 카페라 하면 거 뭐시기고. 젊은 사람들이 하고 그라는 거 아이가?”
“엄마, 나이가 무슨 상관이고? 요새는 트로트가 대세라 엄마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도 팬 카페 가입해서 공연에 다니고 한다더라. 좋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고? 엄마가 좋아하면 됐지.”
“그렇겠제?”
춘자는 아들 말에 얼른 가입하려고 한다. 그러다 다시 멈춘다. 팬 카페라는 게 처음이라는 게 문제다. 기계치라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으로 뭔가 활동해 본 적도 없다. 오십이 넘은 나이는 더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다리다. 몇 년 전 수술을 했건만 무엇이 문제인지 다리가 뻣뻣하다. 전기에 구워지는 통닭이 된 것처럼 다리에 전기가 찌릿찌릿하다. 어쩌다 다리가 뒤틀리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식은땀 흘리며 식겁한다. 이대로 다리가 돌아간 채 마비가 될까 두려움이 더 큰 고통을 몰고 온다.
“에잇, 그까이거 뭐! 사는 거 뭣이라고!”
춘자는 수술한 다리가 재발하여 다시 수술하게 된다. 수술 하기 하루 전날, 3월 3일! 춘자는 솔도밴드 팬 카페 ‘솔도박물관’에 가입한다.
드디어 솔도밴드 정식 팬이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