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탈출을 한 적이 있다. 정원으로 만들어진 미로다. 신나게 출발한다. 헤매기 시작한다. 같은 자리를 몇 번 맴돌고는 그만 지쳐버린다.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듯 여유롭던 마음은 옥빛 바다로 도망가고 두려움만 남는다. 같이 출발한 일행마저 잃어버린다. 혼자가 된다. 두려움은 배가 된다. 이대로 미로에 갇혀버릴 것만 같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거친 숨만 몰아쉰다. 좌절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온다. 바람이 일으킨 흙먼지로 길은 더욱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이 나를 집어 삼켜 온통 까만 세상으로 만든다. 절망으로 숨을 쉴 수가 없다.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탈출하였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일행이 다시 돌아와 나를 데리고 나간 것으로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무의식이 이날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두 번 다시 미로 탈출 게임은 하지 않는다.
알고 보면 굉장히 쉬운 미로였다고 한다.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고 생각하였으나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길로 이어지고 곧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단다. 같은 자리라 생각하며 허덕거리고 있을 때 일행이 그 옆길로 간 것이다. 순간 사라져 혼자가 되었다는 불안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 눈을 가린 것은 두려움이라는 안대다. 말이 경주를 할 때 앞만 보고 달리도록 옆으로 눈을 가린 안대와도 같다. 바로 옆이 길이었음에도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녀석이 눈을 가려 탈출구를 볼 수 없게 한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보이는 길을 볼 수 없다. 초조해진다. 나만 뒤처졌다는 생각에 무섭다.
인생은 미로다. 알 수 없는 길들이 여기 저기 꼬여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무리 막혀 있는 듯 보여도 반드시 길은 있다는 것이고 이 길은 탈출구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길을 찾을 수 있는 건 우리 눈을 가리는 두려움이라는 안대를 벗는 것밖에 없다. 불안을 걷어버리면 길은 반드시 보인다. 미로처럼 꼬인 인생길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 눈에 씌어진 안대를 벗는 것이다.
제시어: 탈출
타자수: 1000자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