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대 면접 007작전!

by 필이

아들아,

여섯 번째 편지를 쓴다.


이번 주말,

고대 면접이

다가오는구나!


하루하루

참 금방이다.

그치?


이 말은 조금 전

네가 한 말이다.

밥 먹으면서 하던.


너 덕분에 서울 여행한다고

엄마가 부산을 떨지?


면접도 혼자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긴장이라도

조금 풀어주고 싶어서 그렇단다.


사실은

엄마가 긴장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긴장하지 않았는데

괜히 떨리는구나.


막상

이번 주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걱정이 된다.


토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는데

엄마의 다리 때문에

늦어질까 봐 걱정이란다.


대학교 가까운데

숙소를 잡는다고 잡았지만

그래도 지하철로 20분 거리더구나.


나름 AI에게 숙소도 묻고

길찾기에서 거리도 찾아보면서

잡은 숙소인데 말이다.


걸어서 가는 거리에는

숙소를 찾지 못했다.


길찾기에서 차로는

4~5분 거리라고

가깝다고 하긴 하는데.


사람들이 그러더구나.

서울은 택시보다

지하철이 안전하다고 말이다.


여기서 안전이란

시간에 대한 것이다.


택시는 길이 막히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는구나.


그러니

어디를 가든

지하철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에효.

서울이 무섭다.

서울에 그렇게나 많이 다녔건만

매번 서울 갈 대마다 이리 무서우니.

ㅠㅠ


달리 무서운 게 아니다.

서울 지하철이 무섭다.

그 많은 계단들.


교통약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니라는 것인지.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 수준은

아직도 미미하다는 걸 느낀다.


엄마 다리가 불편해보니

느끼는 것이긴 하다.


계단을 뛰어다닐 때는

몰랐던 것이지.


엄마가 아파보니

아픈이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안 아프고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기엔

이미 엄마 다리는

예전 다리가 될 수 없다.


앞으로 네가 살아갈 서울,

네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니,

너에게 쓰는 편지에

이게 무슨 내용이냐?


서울 가는 게

엄마도 신경이 좀

많이 쓰여서 그런가 보다.


아침 일찍 가야 한다는데

그 계단들을

빨리 오르내릴 수가 없으니.


너에게 짐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 된다.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것이다.


너는 잘 살 거다.

암,

지금 하는 것만 봐도

네 앞 길을 네가 잘 찾아 갈 것이야.


문제는 엄마다.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더 건강해야겠지.


누가 그러더구나.

늙을수록

다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다른 모든 것도 중요하지만

다리가

특히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다리가 건강하지 못하면

다닐 수가 없고

그러면 건강은

더 나빠지니깐 그런 것이겠지.


내 손으로 밥 먹고

내 손으로 뒤처리를 하다

가고 싶다.


엄마의 소원은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엄마 건강에 더 신경쓸게.


네가 잔소리하는

균형잡는 발지압판에도

바른 자세로 서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할게.


파란수영장도 잘 다니고

늦은 시간에는 먹지 않을게.


술도 적게 먹고

더 건강할게.


너에게 마지막까지

예쁜 엄마로 있다 갈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아오.

이것참.


새벽에 글을 쓸 때

자꾸 눈물이 난다고 그랬는데

어찌 해가 져서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나는 거냐.


이것참.


네가 말한 대로

햇빛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오늘 하루종일 구름이 끼어

햇볕을 못 받아 그런가 보다.


그래,

그래서 그런가 보다.


고대 면접 갈 날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왜 엄마 건강이야기로 흐르는 거냐.


어쩔 수가 없구나.


서울 생각하면

그 많은 지하철 계단이 생각나니

자연히 엄마의

삐그덕거리는 다리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너에게 짐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란다


아들아,

우린 계획을 세웠다.


금요일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그곳에서부터

면접하는 곳까지 가보기로 말이다.


그러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지하철에서 내려

너 먼저 가라고 말이다.


분명 엄마는 뒤처질 거다.

많이 뒤처질 거다.


엄마는 엄마 속도대로 천천히 갈테니

넌 네 속도 대로 먼저 가려무나.


그리고

면접보는 곳까지 가서

엄마는 조금 기다리다 돌아올 거다.

숙소로 말이다.


넌 면접을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거야.


그리고는

혼자서 서울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오는 것이야.


무슨 007작전도 아니고.


우리는 이 계획을 세우며

재밌어했다는 걸 기억하렴.


혼자 서울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오기 좀 그렇지 않겠냐고

엄마가 데리러 갈테니

조금 기다리라고 헸더니

너가 뭐라고 한 줄 아냐?


"아니, 혼자 지하철 타고 가볼게. 어차피 내년에 혼자 서울에서 다녀야 하는데. 미리 해보지. 뭐."


라는구나!

그러면서 재밌겠다고 한다.


히야~

하루하루 놀란다.


언제 이렇게나 큰 건지.


엄마는 아직

서울에서 혼자 다니는 게 무섭단다.


서울 지하철에 내려가면

동서남북 길찾기가 너무 어렵다.

무시무시한 계단은

위에서도 말했고.

ㅠㅠ


늙는다는 건

낯선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인가 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인가 보다.


넌 젋다.

아니 어리다.

아니 젋다.


그러니

얼마든지 배우고

얼마든지 모험을 하렴.


기특한 내새끼.

결론은 언제나 나온다.

네가 아니라

엄마가 문제라는 것!

아하하하하


우리 잘해보자.

이번 서울 나들이.

넌 고대 면접.

엄마는.... 놀기?

ㅎㅎㅎㅎㅎ


오늘은

즐겁게 웃으며 글을 마친다.


안녕.

내새끼.

아무리 네가 커도

엄마 눈에는

귀여븐 내 새끼.

^^*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

저녁 7시 36분


엄마 좋은 소식에

함께 축하하며~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