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만 2개월

by 필이

빨간목욕탕이 사라지고 새롭게 다니기 시작한 파란수영장. 그곳에서는 좀 더 폭넓은 연령대를 만난다.


가깝게 이야기 나눈 분들은 아직 몇 분 안되지만 만나면 다같이 반갑게 인사한다. 신기하다.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짐의 아픔 뒤에 새로운 만남이 이리도 기다리고 있다니…….


놀라움도 잠시, 어느 날 먼저 다가와준 한 분이 발차기를 가르쳐준다. 기초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며 수영장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 매너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그리고 시작된 발차기 동작.


수영이 코어에 힘을 주고 하는 동작인지 처음 안다. 코어에 힘을 주어야 엉덩이가 뜨고 발차기가 된단다. 윽! 아무리 코어에 힘을 주어도 몸은 뜨지 않는다. 아래로아래로 가라앉는다. 물 속에서 무언가가 숨어서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틀림없다. 윽!


"처음부터 되는가? 발차기만 못해도 2개월은 해야 되지. 내는 6개월을 발차기만 했는데. 그것만 해놓으면 다른 건 다 쉬워요."


하하하하하


물 위에 떠서 발만 차는 동작을 적어도 2개월. 사람들은 조금만 된다 싶으면 얼른 다른 동작을 해버린단다. 지겹고 힘들다고. 얼른 멋들어지게 수영하고 싶다고. 결국 나중에는 더 힘들어진단다. 말하자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


더딘 것 같아도 기초가 탄탄하게 되어 있으면 기초공사 이후 건물이 올라가는 건 뚝딱이다. 튼튼하고 멋진 건물이 말이다. 하지만 마음만 급해서 기초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건물이 올라는 가겠지만 무너지기 쉬운 위태로운 건물이 된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그런 건물이 말이다.


"발을 바꿔가며 발차기하면 자유형, 누워서 발차기하면 배영, 발을 같이 하면 접영. 발차기만 제대로 해놓으면 다른 건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지겹다 생각하지 말고 발차기부터 열심히 해봐요."


첫날부터 자유형, 배영, 접영. 모두를 섭렵한 필이를 상상한다. 재미있다. 수영장에 그냥 왔다갔다 걸으며 운동하려고 온다. 막상 와보니 멋지게 수영하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바퀴, 아니 단 몇 바퀴만이라도 자유롭게 수영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천사, 아니 물개, 아니 돌고래 같은 분이 나타나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참, 필이는 사람복이 많다.


귀동냥 눈동냥으로 배워 어설픈 자세로 한 바퀴 했다면서 신나했던 지난 날이 부끄럽다. 이제부터 기초부터 해보자. 차근차근! 혹시 아는가. 바투카라스에서 서핑을 하게 될지도? ^^*


끝~!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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