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함께

by 필이


아들아.
아홉번 째 편지를 쓴다.

이번에는
핸드폰으로 글을 쓰려니
좀 어렵구나!

네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글 하나 남겨두고
오늘 아침
임시저장글 150개가
모두 사라졌단다.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오더구나!

안절부절
안달복달

해봤자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이미 안단다.

그런데도
마음은 슬프구나!

예전에 말이다.

너와 처음으로
조이님과 비티오님
합동 북콘서트 다녀온 것 생각나니?

엄마가 무척이나
정성껏 후기를 작성했잖니.

너와의 첫
북콘나들이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의미가 커서 말이야.

근데
그걸 그만!
공지를 내린다는 것이
삭제를 하고 말았잖아.

그때
그 글을 복구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생했었지.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래도
되찾을 수 없었어.

엄마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기억나니?
몇 날 며칠을 속상해했지.

그때 네가 한 말 기억나니?

글로 남긴 것보다
더 크고 깊게
네 마음에 남았다고.

글은 써놓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넌 잊지않고 기억하겠다고.

그러니
힘들어하지 말라고.

이것보다
더 멋진 말이었던 것 같은데
엄마 기억의 한계다.

아무튼
글로 남긴 것보다
더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그런 말이었어.

그제야
엄마도 잃어버린 글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었다.

오늘
이 일이 떠오르는구나!

연세대 면접이라는
중요한 때
하필

그러니
더 말하지 못한다.

그냥 웃고만 있다.
넘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네가 면접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단다.

이번에는
널 안아줄 수 있었다.

지난 주
덤덤하던 너와 다르게
오늘은 몹시도 긴장하는구나!

어쩌면
지난 주도 무척 긴장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울컥하니
담담한 척 한 게 아닌가하는.

오늘은
어이없는 큰 실수에
오히려 엄마가 덤덤해지는구나!

세상사 참 별거 아니라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십자가를
네 손에 쥐어 주었다.

캄보디아
봉사갔던 곳에서 선물받았던!

그곳
장애인분들이
직접 만든 십자가!

엄마가
아플 때마다
손에 꼭 쥐고 기도하는 십자가!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
그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있으면
서서히 숨구멍이 열리지.

아침마다
오늘 하루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하는 그 십자가!

그 십자가가
널 지켜줄 거다.

엄마의 마음과
장애인분들이 엄마에게 주었던
그 사랑이 합쳐져
널 지켜줄 거다.

사랑한다.
아들아.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의 그 노력을
엄마는 안아주고 싶다.

아무것도 없어도.
불평 하나 없이
잘 커준 예쁜내새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아침 8시 51분

어제
너와 함께 왔던 카페에서

웃자구나!
우리!
(^o^)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