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에게 보내는 쪽지에는

by 필이

아들아,

열 번째 편지를 쓴다.


지난 편지 이후

우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니

있었다는 과거가 아니라

있다는 현재진행형이다.


네가 선택한 추억 여행!

우린 정말 잘 즐기고 있다.

그치?


서울은

너의 연대 면접과

엄마의 출판사 나들이가

가장 큰 이슈였다.


그것 또한

여행 같았지.


물론,

너의 면접은 엄마까지도

떨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면접이 끝난 후

넌 친구를 만나러 혼자 가버렸다.


같은 날

서울 하늘 아래에 있다는 것만으로

만날 가치는 충분히 있다며


너희 둘은 그렇게

너희들만의 청춘 여행을 시작했지.


중학교 때부터 친하던 친구.


친구는 피아노 실기 시험을 치르고

넌 연대 면접을 치르고

남산으로 경복궁으로 잘 놀다 왔지.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을

그렇게나 활보하고 다니다니.


정말이지

다 컸다.


엄마가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서울에 와서

친구를 만나 놀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니.


덕분에 엄마는

호텔에서 쉬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따로 또 같이

아니

같이 또 따로

참, 재밌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엄마가 볼일이 있었지.


꿈공장플러스 출판사에

다녀와야 하는 일.


너에게

그곳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곳

엄마 책이 탄생한 곳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단다.


엄마책 출간 계약서를 작성할 때

넌 박수를 쳤다.


아들의 박수를 받으며

계약서를 쓰는 기분.


하아!

뿌듯하더구나.

정말로 기뻤다.


다음 모임이 있어

엄마는 출판사에 남고

이번에는 네가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이번에도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우린 그렇게 보냈다.


서울 여행은

이렇게 재밌게 보냈구나.


중요한 볼일을 보고

따로 놀기도 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서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말이다.


가까운 사이라도

아니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너는 네 공간

엄마는 엄마의 공간


함께 할 수도

따로일 수도 있는

서로의 공간!


이렇듯 자유로운 공간이

우리에게 존재하고

존중해준다는 것이

기뻤단다.


이런 공간이 존재하기에

너는 좀 더 자유롭게 네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엄마 또한 엄마 나름대로

자유롭게 엄마 삶을 꾸려가고 말이다.


이번 서울 여행은

서로의 공간이 필요함을!


우린 그것을

잘 하고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부산 여행!


부산으로 오기 전

엄마의 엄마가 모셔진 곳으로 갔다.


해마다 우린 부산을 온다.

최소 1년에 한 번은 꼭 부산을 온다.


부산 가까이에

모셔져있는 엄마를 만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우린 그렇게 부산을 온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지금이 아니면 날짜가 맞지 않아


네가 말한 추억 여행으로

우리의 마지막(?) 부산 여행을 계획했다.


짜식!

외할머니에게 엄마 잘 케어하겠다고

편지를 쓰더구나?


국화에 붙여두는

작은 쪽지 말이다.


거기에

예전에는 외할머니 보고 싶어요

라고 쓰더니


이번에는

엄마를 잘 케어하겠다고

그렇게 쓰더구나.


이제 어른이 된 거냐?

주민등록증이 나왔으니

어른이 된 거다.


든든한 내 새끼.


엄마가 코 끝이 찡해오더구나.


외할머니에게

절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지금처럼 둘이서

다시 오기는 쉽지 않겠지.

네가 멀리 떠날테니.


엄마 혼자 오더라도

너랑 함께 오던 이순간을 기억할게.


든든한 내 아이야,


부산이다.

네가 좋아하는 해운대다.

엄마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는 곳!


해마다 우리가 찾는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자구나.


처음으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숙소를 잡았다.


너와의 추억을

좀 더 행복으로

만들고 싶어 욕심을 냈다.


욕심내길 잘 한 것 같다.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니

너도 엄마도 감탄사가 연발하지 않니.


이것만으로 되었다.

소중한 우리 추억!

이것만으로도 이미 행복이다.


하지만

우리

더 많은 행복 만들자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만 줄이마.


사랑한다.

내 새끼야.


내일을 위해 이제 자자.

잘자라. 내새끼야.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새벽 1시 12분


이제 정말 자자구나.

엄마 눈이 침침해...진다.

ㅎㅎㅎㅎㅎ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