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맛, 왜이리 따뜻해요?"
"방금 낳은 알이니깐 그렇지."
유정난을 키우는 집에서 달걀 닦는 일을 한다. 갓 낳은 달걀에는 지저분한 것들이 붙어 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닦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신생아를 소중한 손길로 닦는 간호사가 된 듯하다. 달걀이 너무 따듯해 놀란다. 이 얇은 껍질 안에 생명이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생명을 손에 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따듯함으로 가슴이 벅차다. 달걀을 닦는 손길이 더욱 경건해진다.
어미가 품는다면 병아리로 태어날 녀석들이다. 그 기회마저 빼앗긴다. 한 생명이 껍질 속에 태어나 껍질 속에서 죽어간다. 유정난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 안에 있는 생명이 껍질을 깨고 날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한다. 갓 태어난 달걀을 소중히 닦으면서도 돌아서면 그대로 먹어버린다. 잔인한 인간이여.
헤르만헤세는 말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안전하게 지켜주는 껍질을 제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새가 된다. 무턱대로 다른 이가 깨려고 해선 안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탄생을 하기도 전에 달걀프라이가 되어 버린다. 제 스스로 깰 수 있을만큼 기다려주어야 한다. 따듯하게 품어주며 지켜주어야 한다. 그러면 껍질 속에서 잘 자란 녀석이 제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껍질을 쪼아댄다. 껍질 안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성장을 재촉해서는 안된다. 4살, 영어유치원을 가기 위해 그 전부터 선행학습이 시작된단다. 성장을 재촉당하다 못해 강제집행 당한다. 사지를 묶어 잡아당기듯 아이들은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끌려다닌다. 제 스스로 자라 알을 깨고 나올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자신을 가두는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갓 낳은 유정난을 소중히 닦고는 돌아서서 맛있게 먹어버리는 잔인한 인간과 같다. 아이가 자랄 그 무엇도 주지 않는다. 강제로 껍질을 깨서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 성장을 강제당한 아이들의 최후다.
제시어: 성장
타자수: 991자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