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사약을 먹이는 아들

by 필이

집에 과일즙이 아주 많다.

10kg 단감상자

한 가득 보내온 과일즙이다.


먹다 지쳐

냉장고 속에 피신시킨지 오래다.


귀한 것 보내 준 거라

차마 버리지는 못한다.


단순한 과일즙이 아니다.


몸에 좋은 온갖 약초와 한약재까지

들어간 그야말로 건강즙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기가 썩 좋지는 않다.


울 아이와 의무적으로

날마다 먹기로 한다.


무엇을 할 때 의무적으로 하게 되면

하기 싫고 재미없어지는 것처럼


이것도 의무적으로 먹기 시작하니

정말로 먹기가 싫다.


울 아이와 서로 먹어라고

권하기만 한다.


"오늘 저녁에 즙 먹을게. 엄마도 먹어."


웬일인지 아이가 먼저 먹겠다고 한다.


"어,,,,,, 니는 두 개, 엄마는 한 개."


"알았다."


아이는 엄마를 한 번 쳐다 보더니

금세 알았다고 한다.


이때다 싶은 엄마는

아이 마음이 변할 새라

얼른 과일즙 두 개를 잘라다가

컵에 부어준다.


오늘 의무 끝!


속으로 외친다.


저녁을 다 먹고 좀 지난 시간,

엄마는 여유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아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엄마를 보며 말한다.


"엄마, 과일즙 먹었나?"


"아,, 아,,,, 아니. 조금 있다 먹으려고."


왜 말을 더듬고 그러냐.


"지금 먹어. 부어줄게."


아니, 웬 친절?

지금은 친절을 베풀지 않아도 되는데?


아이는

냉장고 특선 채소실에 피신중인

과일즙 하나를 꺼낸다.


컵에 붓더니 엄마에게 내민다.



"자, 사약!"


안그래도 시커멓게 생긴 게

사약 같이 생겼건만,

이걸 왜 사약이라고.


"엄마, 알지? '사약'에 '사'자가 하사할 '사'자라는 거. 임금이 하사한다는 의미야."


"죽으라고 임금이 하사했다는 말이가?"


"어, 사약은 명예로운 죽음을 말하는 거잖아."


한참 아이의 설명이 이어진다.


사형 중에 가장 깨끗한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

사약이라면서

임금이 내리는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아끼는 신하에게 내리는 것이라며.


"집현전에 따르면, 사약을 17번을 먹고도 안 죽는 사람이 있었대. 사약이 몸에 맞아서 안 죽는 경우가 있었다는 거지. 그럴 때는 뜨끈한 돌멩이로 혈액을 돌게 해서 죽게 하기도 했대."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아는 걸까?

혹시 유튜브 이런 데서

이상한 걸 알아온 게 아닐까?


의심이 살짝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똑똑하긴 하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뉘집 자식인지 참말로 똑똑하다.


앗!

내집 자식이구나?

아하하하하


아무튼 어디서 주워 듣는 것인지

엄마 안 닮아 똑똑하다.


한참 뭐라고 설명이 더 이어지더니

결론은,


"그러니깐 사약을 먹기 전에 임금이 계신 방향으로 절을 하고 먹잖아. 감사하다는 절을 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거 하나 더 먹을래? 임금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사한 건데?"


"아니, 임금님 사랑, 하나면 충분한 것 같아."


어디 은근슬쩍 하나를 더 먹이려고.

안 속는다.


앗!

그러고 보니 엄마도 똑똑하네?

그걸 안 속고 싹~ 피해가니깐 말이다.

아하하하하


아이가 준 컵을 들고 아이를 향해 바라본다.


"마마, 사약을 내려주셔서 성은이 만극하옵나이다."


꿀꺽!

역시 사약은 하나로 충분하다.


다 먹은 걸 확인한 아이가 컵을 씽크대로 가져간다.


임금이 하사한 사약을 먹고

더 건강해졌다는 말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을까?


마무리는 역시 마마놀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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